청와대가 31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치전에서 탈락한 경남 지역의 대학 한 곳에 로스쿨을 배정하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공개 요구했다.
교육부는 “법학교육위원회가 결정한 로스쿨 예비인가 심의 결과를 일단 유지하겠다”며 난색을 나타냈지만,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교육부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교육부는 당초 이날로 예정된 예비인가 발표를 돌연 2월4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탈락 대학들의 반발, 유치 대학의 정원 배분 불만 등으로 얼룩진 로스쿨 선정 문제가 극도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인구 306만명이 넘는 경남에 (로스쿨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지역간 균형 및 지역 발전 가치에 어긋나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경남 지역에도 로스쿨이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쿨 인가 신청을 낸 경상대 영산대 등 경남 지역 대학 2곳 중 1곳에 예비인가를 내주라는 것으로, 청와대는 경상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천 대변인 발표 2시간 전에 법학교육위 심의결과를 포함한 예비인가 발표일 연기 자료를 내놓았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서 “(청와대 등) 유관 기관의 이해를 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2월4일로 발표를 늦췄다”고 밝혔다. 법학교육위의 예비인가 잠정안을 놓고 청와대가 추가 선정을 요구한 만큼 이에 대한 검토 및 논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서명범 교육부 기획홍보관리관은 “법학교육위의 예비인가 잠정안을 일단 유지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그러나 최종 결과는 좀 더 논의해봐야 알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예비인가 발표 연기 자체를 청와대 요구 수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청와대 요구를 수용해 법학교육위에 잠정안 재심의를 요구할 경우, 정부가 로스쿨법이 보장한 법학교육위의 권한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남 지역 대학 한 곳이 추가 선정되고, 기존 선정 대학의 배분 정원이 조정될 경우 해당 대학들의 반발과 집단 소송 등 극심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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