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의 ‘모든 국민이 영어로 거침없이 대화할 수 있는 시대 구상’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죽은 영어교육의 전봇대가 뽑힐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의 영어 실력은 국가 경쟁력이고, 국가의 ‘영어 인프라’ 구축은 정부의 책무”라는 것이 이 당선인의 확고한 신념이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세계화 시대 영어 공교육 강화=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교육 복지”라고 믿는다. 새 정책의 핵심 타깃은 돈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아니라 자녀에게 제대로 된 영어 사교육을 시킬 수 없는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31일 “반대론자들은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하지만, 기업들이 영어 잘 하는 사람부터 뽑는 게 현실이다. 취업 등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빈곤층에 매달 생계비를 나누어 주는 식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자는 것이 이 당선인의 복지관”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6월 본보 인터뷰에서 “가난한 집 아이 교육은 국가가 담당할 영역”이라며 “소모적 복지가 아닌 투자의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면 연간 경제성장률(GDP)이 저절로 1%포인트 상승한다’는 게 인수위 경제분과의 추계 자료다. 관광, 교역 등 부문에서 창출할 영어 교육의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얼마 전 이 당선인이 GM대우 부평 공장을 방문했을 때 외국인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것을 보고 씁쓸해 했다.
그런 비생산적 장면을 없애고 국내 투자를 하는 외국 기업에게 ‘비즈니스 프렌들리’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글로벌 선진 코리아’의 국민은 영어로 무장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는 “막대한 사교육비 중 영어 교육비가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경쟁 논리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을 아예 없앨 순 없지만, 죽은 공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교육으로 가는 것은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공교육을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교사들이 영어를 잘 못하니까 이대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교원단체 등의 주장은 이 당선인이 가장 혐오하는 무사안일주의”라고 말했다. “사교육 광풍을 더 조장할 것” 등의 논란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은 “모든 정책엔 명암이 있다. ‘명’이 크면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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