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심리적 지지선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 듯 코스피는 1,500대 후반까지 밀렸다 겨우 1,600을 회복한 상태다.
아직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충격이 가시지 않는데다 중국까지 말썽을 부리고 있어 추가 하락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증시는 상식이 깨진 지 오래다. 증시가 결코 망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들의 논리는, 기업들의 올해 예상 실적을 감안할 때 우리 증시가 이미 저평가 됐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실제 삼성증권이 올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전혀 없다는 전제 하에 제시한 지수가 1,540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급락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상식적인 장세의 원인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에서 엿보고 있다. 올해 들어 30일까지 현대중공업은 35.4% 빠진데 비해 삼성전자는 2.7% 올랐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9.3% 떨어지고 현대중공업이 무려 251.2% 오른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올해도 삼성전자보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더 좋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주당 순이익 예측치에서도 삼성전자는 하향 조정된 반면, 현대중공업은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도 주가 추이에서만큼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연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서 이유를 찾는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그 동안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악재가 대부분 반영돼 눈높이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반면, 현대중공업은 중국 특수와 업종호황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껏 부풀려져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초 2008년 예상 수익을 감안한 주가수익비율(순이익이 비해 주가가 얼마나 싼 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값이 낮을수록 저평가)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14배였던 반면, 삼성전자는 10배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현대중공업에 비해 저평가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입장이 차츰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고, 현대중공업은 좋아질 게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기관들이 지난해 소외 당했던 자동차와 IT에 대해 입질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의 동향을 보면 눈높이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IT에 대해서는 웬만한 이익만 보장된다면 들고 가겠다는 심리가 엿보인다”며 “개인 투자자들도 장이 불안한 만큼 눈높이가 낮아져 있는 IT, 자동차 업종의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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