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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만한 '터널'의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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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만한 '터널'의 대이동

입력
2008.01.3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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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크기의 엄청난 콘크리트 덩어리를 바닷길로 37㎞나 끌고 가는 보기 드문 ‘초대형 해상운송작전’이 다음달 시작된다. 우리나라 건설 역사상 첫 시도인 침매(沈埋)함체 침설공사가 다음달 중순부터 부산 가덕도~거제간 연결도로(거가대교ㆍ총연장 8.2㎞)중 침매터널(3.7㎞) 출발지점인 가덕도 앞 해상에서 시작되는 것. 이 방식은 해저 땅에 터널을 뚫는 대신에 블록형태의 터널을 여러 개 만들어 레고를 붙이듯이 해저에 설치하는 것이다.

거가대교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은 침매터널용 함체(函體) 18개 중 제작이 완료된 4개를 2월부터 5월까지 매월 1개씩 가덕도 앞 해저에 빠뜨릴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제작장에서 제작해 제작장 앞 2㎞ 해상에 자체 부력을 이용해 띄워놓은 함체 4개를 어떻게 37㎞나 떨어진 공사현장까지 옮기는 것. 침매함체는 길이 180m, 높이 10m, 폭 26.5m(왕복 4차선)에다 무게가 무려 4만7,000톤에 달하는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을 바닷길로 옮기면 엄청난 부피탓에 아무리 속도를 늦춰도 너울 발생을 피할 수 없다.

이 너울은 주변을 운항하는 선박은 물론 해안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관계 기관과 수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함체를 예인선으로 끌어 가되 자체 부력을 이용하는 ‘반잠수 운송법’을 채택키로 했다. 함체 속에 물을 적당히 넣어 높이 10m의 함체가 해수면 밑에 9.5m 가량 잠기도록 함으로써 수면과의 접촉면을 최소화해 운송과정에서의 너울발생과 바람 등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반잠수 운송에도 불구, 운송항로 반경 1㎞ 정도는 너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속도를 4노트 이하로 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공사현장까지 백리길 운송에 하루 내지 이틀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변 운항선박도 속도를 평소의 15~20노트에서 7노트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 때문에 부산해양수산청은 관계기관 및 선사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침매터널 공사현장까지의 운송은 초강력엔진을 장착한 4대의 예인선이 맡는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송 당일의 기상여건이다. 대우건설은 침설에 가장 적합한 기상 조건을 갖춘 날을 찾기 위해 지난 50년 간의 진해 앞바다 기상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날씨에 따른 시뮬레이션까지 실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단 파도가 수면 위로 나와있는 함체부분보다 높게 일면 운송이 곤란하다”며 “함체가 지나갈 항로의 수면이 잔잔해지는 ‘조금’ 물때 전후를 D-데이로 잡고 있지만 실제 운송일은 기상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가대교는 사장교 2개(3.5㎞), 침매터널(3.7㎞), 육상터널(1㎞) 등 총 8.2㎞이며, 2조2,000억원이 투입돼 2010년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해저터널과 달리 함체를 가라앉혀 연결하는 침매터널은 전세계에 120여곳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가대교가 처음이어서 국내 건설업계는 이번 함체해상수송 및 침설공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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