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최대 소송인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소송에서 삼성 계열사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채권단에 미지급 약정금과 이자 등 약2조3,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김재복)는 31일 삼성차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이 이 회장과 삼성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 5조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 측이 2000년 12월31일까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 부채 2조4,500억원을 갚는다는 약정금 지급 합의서는 유효하다”며 “시한을 넘길 경우 피고의 주식처분 및 대금지급 의무가 소멸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삼성이 부채 규모에 해당하는 2조4,000억원(주당 70만원)으로 평가해 채권단에 넘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 가운데 채권단이 이미 처분한 약 110만주(약8,200억원)를 제외한 약 240만주를 팔아 미지급분 1조6,300억원을 갚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식매각으로도 부족하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 증여하고, 이마저도 모자라면 계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미지급 약정금에 대해 상법이 정한 연6%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은 1조6,300억원의 미지급 약정금과 약정금 지급기일로부터 지난해 말까지 7년치 이자 약7,000억원을 합쳐 약 2조3,000억원을 채권단에 갚아야 한다.
재판부는 “당시 합의는 정부와 채권단의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무효”라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 “부실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합의를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삼성측 변호인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삼성차 채권단은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넘겨받고 1999년 삼성차의 법정관리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받기로 합의했지만 삼성 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2005년 12월 부채 2조4,500억원과 연 19%의 이자 2조2,880억원, 위약금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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