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영어 공교육 로드맵에 대해 한나라당 측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총선 쟁점이 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영어 교육 강화라는 인수위의 큰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공약에도 있는 만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고, 방향도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추진 방법과 시기에 있다는 인식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31일 "중요한 것은 준비를 철저하게 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든 정책은 다 단계가 있고 시기가 있는데 5년치 10년치 정책을 인수위가 한꺼번에 발표하는 게 옳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인수위가 너무 권한을 넘어 새 정부에서 해야 할 일까지 다루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당과 치밀한 조율도 거치지 않은 채 민감한 교육 정책이 인수위에 의해 발표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우려도 크다.
특히 핫이슈로 떠오른 이 문제가 총선에서 나쁜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취지와는 달리 영어 공교육 강화가 자칫 일반 서민들에게 '우리 아이는 영어 사교육도 제대로 못해 더 뒤쳐지는 것 아니냐.
영어 사교육비가 느는 것 아니냐. 결국 빈익빈 부익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불안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지역구 의원은 "총선에서 표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도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의견수렴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교육에 대한 서민층의 소외감과 불안감을 가중시킬 경우 총선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대통합민주신당 측에선 "조기유학했던 사람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사교육비 증가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등 비판을 가하고 있어 총선 쟁점화 가능성도 있다. 이 당선인이 이날 "정치쟁점화해서는 안 된다"고 차단막을 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영역에서 제대로 영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싫어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는 반응도 당내에 있다. 하지만 관건은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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