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모(39)씨는 최근 아들(9살)과 함께 어린이 만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민망한 경험을 했다. 만화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상영된 영화 예고편에서 낯 뜨거운 장면이 이어져 아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김씨는 영화가 끝난 뒤 극장측에 “애들 보는 영화에 어른들이나 볼 수 있는 영화 예고편을 보여주면 어떡하냐”고 따졌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허술한 등급기준으로 선정적인 영화 예고편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법개정은 물론 현실적으로 감독이 어렵다는 이유로 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영화는 전체관람가, 12ㆍ15ㆍ18세 이상 관람가 등 세부적으로 등급이 나뉘어 관리되는 것과 달리 예고편은 ‘전체 관람가’와 ‘유보 또는 (청소년) 유해성 있음’ 등 2가지 밖에 없다. 기준이 이렇다 보니 영화 제작사들은 상영 유보 판정을 받지 않는 정도에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최대한 자극적으로 예고편을 만들고 있다.
실제 지난달 개봉된 <색즉시공2> 의 예고편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 관람가’ 판정을 받았지만 학부모들은 영등위를 직접 찾아가 “너무 선정적이어서 상영을 막아야 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색즉시공2>
김씨는 “TV나 인터넷 동영상과 달리 합법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상영되는 선정적인 영화예고편들은 부모들이 조절할 방법이 없다”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제어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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