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유리 그릇인 모양이다. 깨지네 마네 하는 소리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집단탈당 불사'는 흔한 말이고 '(탈당 후) 창당 준비 완료 상태'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돈다. 시도 때도 없이 친이명박, 친박근혜로 갈려 충돌하는 내부 갈등 구조로 장차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지 걱정스럽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부정부패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을 불허한다'는 당규 규정이다. 지난해 4ㆍ25 재ㆍ보선 패배 직후 공천 돈 거래가 패인이었다는 반성에서 추가된 내용이다.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친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10여년 전 알선수재죄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일로 공천 신청조차 못하게 된다. 친박측이 자파 와해를 위한 음모라고 반발한 이유다.
한나라당 내부 정치의 전모를 알기 어려우나 무조건 음모라고 반발하는 친박측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융통성 없는 적용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보완할 필요는 있겠다. 한나라당 공심위가 어제 긴급회의 끝에 자격이 문제된 경우도 일단 신청을 받기로 한 것도 그런 보완 여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죄질이 좋지 않은 부정부패 관련자들을 정치판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이번 파란 속에서 훼손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문제의 자격 규정에 걸리는 인사들은 김 최고위원 외에 계파를 불문하고 상당수라고 한다. 부정한 돈을 받은 죄로 두 번이나 실형을 받은 김현철씨도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최종 심판은 유권자의 몫이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말뚝만 꽂아도 당선된다니 공천이 부정부패자 퇴출을 위한 1차 관문이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그물코를 너무 키워 당연히 걸러야 할 인사들을 거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손학규 대표체제로 견제세력의 위상 확보를 꾀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공천에서 부정부패와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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