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 피해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긴급 생계비 지원이 시작된 가운데 충남 태안군의 한 주민이 생계비 지원등급에 문제가 있다며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주민 사이의 갈등이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생계비 배분에 불만을 품고 군청으로 몰려와 각 읍ㆍ면에 배분된 생계비를 전면 재조정할 것을 요구하며 소동을 벌이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31일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던 태안군의 생계비 지급이 8개 읍ㆍ면 가운데 근흥면을 제외한 7개 읍ㆍ면에서 다시 미뤄지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있다.
태안군이 정부지원 긴급 생계자금과 국민성금 등 충남도로부터 받은 320억원을 각 읍ㆍ면에 배분한 것은 지난 28일. 군내 2만5,508가구 가운데 1만8,757가구를 대상으로 지원된 생계비에 읍ㆍ면별 피해 정도를 반영하기 위해 4등급의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 D등급(태안)을 1로 볼 때 C등급(남면, 안면, 고남)은 2배, B등급(이원, 근흥)은 4배, A등급(소원, 원북)은 5배가 각각 적용됐다.
이로 인해 산출된 읍ㆍ면별 평균 지원금액은 최저 74만6,862원에서 최고 291만6,600원으로 편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이 배정된 지원금을 각 읍ㆍ면이 마을별, 가구별로 다시 배분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지펴졌다.
원북면은 특히 주민들을 피해 정도에 따라 3등급으로 구분, A등급은 600만원, B등급은 300만원, C등급은 100만원을 지급키로 방침을 정했다. 같은 지역에서 지원액 편차가 무려 6배에 달했다. 이날 손가락을 자른 전 모(54)씨도 주민 100여명과 함께 면사무소를 방문해 “보상금 등급이 낮게 나왔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북면과 함께 기름피해가 가장 극심한 소원면 주민 300여명은 지난 30일 태안군청에 몰려와 생계비 지원가구를 전면 재조사하고 잘못 배정된 생계비를 환수하는 한편, 앞으로 있을 2차 생계비 지급때 배당될 금액을 상향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가구별 생계비 지급액 결정을 읍ㆍ면 또는 마을 심의위원회에 맡겨 편차가 지나치게 나는 부작용을 초래한 군 당국에도 문제가 있지만 긴급 생계자금 지원액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민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생계자금의 배분을 두고 피해 주민들이 서로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 자원봉사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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