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8시15분. 지난달 실종된 이혜진(10) 우예슬(8)양이 다니는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첫 등교라 아이들의 마음은 설레기도 하련만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교문에 걸려 있는 실종 친구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플래카드와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장식하고 있는 노란 리본을 보면서 슬픔이 북받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반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장난을 치던 아이들도 혜진이와 예슬이에 대해 물으면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전 8시40분이 지나면서 대부분 아이들이 교실 자리를 채웠지만 2학년 3반 창가에 있는 예슬이 자리는 비어 있었다. 4학년 4반 혜진이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명학초등학교는 개학식을 실종 어린이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염원식으로 대신했다. 이윤형 교장이 방송을 통해 “40여일간의 긴 방학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기쁘다”면서 “그러나 같이 학교에 와야 할 예슬이와 혜진이가 돌아오지 않아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말하자 교실 분위기는 숙연해 졌다.
전교생은 담임 교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저마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고, 혜진이와 예슬이 반 아이들은 노란 엽서에 보낼 곳 없는 편지를 썼다.
예슬이 앞자리의 유지은(8) 양은 수신인 칸에 ‘제일 친한 친구 예슬이에게’라고 적은 뒤 ‘예슬아, 어서 돌아와. 이 추위에 어디 있는 거니? 빨리 돌아와서 우리 다시 활기차게 지내자’고 썼다. 지은 양은 편지를 쓰면서 눈가에 맺히는 이슬을 감추지 못했다.
예슬이의 짝궁 김기승(8) 군도 ‘오늘 학교에 와야 하는데 어디 있는 거니. 예슬아, 사이 좋게 지내자’라고 썼다. 혜진이 짝궁인 이원준(10) 군은 ‘혜진아, 어서 돌아와서 같이 놀자’며 혜진이가 하루 빨리 가족의 품에 안기기를 기원했다. 몇몇 학생들은 편지를 쓰면서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혜진이의 담임 장소영 교사는 “아이들 대부분 혜진이와 예슬이의 실종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친구들이 정성을 다해 편지를 또박또박 쓰는 모습을 보면서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고 말했다. 예슬이의 담임 김기욱 교사도 “20일 종업식을 가진 뒤 3월이면 아이들이 새 학년으로 진급한다”며 “친구들과 함께 진급할 수 있도록 예슬이가 빨리 돌아오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이 정성을 다해 쓴 엽서는 모두 혜진이와 예슬이의 빈 책상 위에 가지런히 쌓여 있다. 학교 측은 아이들에게 ‘이혜진ㆍ우예슬, 엄마ㆍ아빠 품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을 달게 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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