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각국의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고 경기침체를 막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혹평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투자포럼 화상회의에 참여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위기에 대처해 위험을 산정하는 주요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고 AFP,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장기이자율이 국가 결정들보다 경제활동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중앙은행들은 장기 이자율에 대해 점점 영향력이 작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린스펀은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끌고 있는 현재 FRB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FRB의 뒤늦은 금리 인하와 각국 중앙은행들간의 연대 약화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들의 연대와 정보교류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G)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했지만, FRB가 22일 긴급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했을 때 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나 프랑스 SG의 금융사고 등 한 국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바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연대는 이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 금융권의 동조화 시대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린스펀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연계채권 같은 파생 금융상품에 대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위기)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금융 상품이 복잡해지고 성장하고 있지만, 구조와 거래 등이 투명하지 못해 언제든지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린스펀은 한편 독일의 주간지인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 침체의 가능성은 50%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밝혀, 경기후퇴 우려를 높게 봤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