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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부패·탄압, '수하르토 사면' 印尼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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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부패·탄압, '수하르토 사면' 印尼 양분

입력
2008.01.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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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사망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인도네시아의 국론이 분열되고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하르토의 애도 기간 동안 자카르타 시내는 조기를 게양한 집들과 그렇지 않은 집들로 양분돼 서로 다른 두 도시를 합쳐놓은 것 같다”고 31일 전했다.

이는 대학생과 재야세력은 수하르토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면, 경제적으로 풍족한 일부 중산층은 수하르토의 사면을 거론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부가 장례식에서 수하르토의 업적을 강조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하르토 애도 기간 중에 수하르토의 부패 등의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 논의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하르토의 사면에 대한 찬반 양측은 경제발전과 인권유린 등에 대한 평가에서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면을 찬성하는 측은 수하르토가 경제발전과 국가통합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수하르토는 1965년 권좌에 오른 후 반공ㆍ친서방 정책을 펼치면서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원유, 목재 등 자원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60년대 650%에 달하던 인플레는 70년 들어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이들은 수하르토가 350개 종족과 1만7,650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무력통치로 인한 인권유린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하르토의 단죄를 요구하는 이들은 수하르토에 대한 향수는 단지 경제성장률이란 숫자에만 근거한 것으로 평가 절하한다. 실제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지난해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인도네시아는 파키스탄, 필리핀에도 뒤진 143위에 머물렀다. 이들은 경제발전도 국익이 아닌 사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여긴다.

최근 공개된 미국 정부문서에 따르면 목재 수출과정에서 자국 목재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수하르토는 150억~350억달러에 달하는 부정축재를 했고 TI는 2004년 수하르토를 ‘20세기 가장 부패한 지도자’로 꼽기도 했다.

수하르토가 국가통합을 이유로 공산주의자, 좌파, 친중국인사 등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동티모르, 아체, 파푸아 지역의 분리를 막는 과정에서 50만~100만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것도 비판 대상이다.

블룸버그 총신은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국가 경제를 수하르토 일가가 장악하고 있으며 친수하르토 세력이 정계, 군부 뿐만 아니라 사법부까지 틀어쥐고 있는 상황을 빗대 ‘수하르토 주식회사(Suharto Inc.)’ ‘도둑정치(kleptocracy)’라고 부를 정도로 불만이 높다고 꼬집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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