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던 국내 조선업계가 암초에 부딪쳤다. 조선업황 고점 논란이 처음은 아니지만, 수주 감소, 원자재값 상승, 경기둔화와 금융불안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불안감이 밀려오는 모습이다.
가장 큰 걱정은 수주 감소 전망. 경기 호황의 선봉장이었던 중국과 이를 뒷받침했던 미국 경기가 반환점을 돌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4.1%로 내려 잡았다.
작년 11.4%였던 중국 성장률은 올해 8~9%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때문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현대중공업(257억달러), 삼성중공업(210억달러), 대우조선해양(215억달러) 등 대형 조선업계가 올해도 같은 흐름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대우조선이 올해 수주 목표를 175억달러로 낮춰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원자재값 불안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원재료 비중이 가장 큰 후판(두꺼운 철판)값은 철광석가격 상승으로 오름세가 불가피하다. 그간 인상을 자제하던 철강업체 포스코가 4월께 인상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철광석값 불안이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브라질 CVRD 등 주요 철광석 업체들은 지난해 톤당 50달러였던 철광석가격을 올해 50% 이상 올리겠다는 뜻을 철강업계에 전달했다. 철광석값은 2006년 톤당 19.0% 급등한데 이어 작년에도 9.5% 올랐다.
이런 불안감 탓에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급락했다. 작년 11월 1만549포인트까지 상승했던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절반 수준인 6,000선 밑으로 폭락했다.
더욱이 작년에 터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과 최근 불거진 프랑스 소시에테 제너럴(SG)은행 금융사고는 선박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발주처인 유럽 선주들은 이미 선박금융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업종 주가가 폭락, 심리적 불안감마저 더해주고 있다. 한때 6만원에 육박했던 삼성중공업 주가는 2만원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STX조선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하다. 올해 발주량이 늘긴 어렵지만 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닌 데다, 후판값 상승문제도 전 업종이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고, 벌크선 이외의 컨테이너선 석유시추선 LNG선 등 주력선종 가격은 아직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새해 들어 걱정거리가 늘긴 했지만, 외부에서 생각하는 정도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수익성이 높은 선박 발주가 많아 실적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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