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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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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입력
2008.01.3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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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 문학과지성사"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영국 워릭대 연구팀이 미국과 영국, 한국 등 80개국 200만명의 정신건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생의 행복지수는 ‘U 자형 패턴’으로 나타났다 한다. 세계인들에게 공통적으로, 행복지수는 20대에 정점을 이루다가 40대에 심리적 불만족이 가장 커지면서 최저점에 달하며 70대에 다시 정점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40대는 달성할 수 없는 열망은 억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사를 읽는데 난데없이 이성복(56)의 시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해 가을 나는 세상에서 재미 못 봤다는 투의 말버릇은/ 버리기로 결심했지만 이 결심도 농담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중략) 그해 가을 나는 어떤 가을도 그해의 것이/ 아님을 알았으며 아무것도 미화(美化)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비하(卑下)시키지도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아버지, 아버지! 내가 네 아버지냐/ 그해 가을 나는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다 살아/ 버렸지만 벽에 맺힌 물방울 같은 또 한 여자를 만났다 (중략) 아버지, 아버지… X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 해’

이성복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에 수록된 시 ‘그해 가을’이다. 시 ‘그 날’도 이 시집에 들어있다.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중략)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중략)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충격적이었던 이성복의 이 시집이 나온 것은 1980년 10월. 시가 반드시 현실의 반영은 아니지만, 이성복이 ‘아버지 X새끼’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안 아픈 완벽한 세상’에 대해 거칠게 내뱉은 시어는 그 시대의 추악한 현실에 대한 절망적 몸부림 같다. 20대 때 그의 시 읽다가 40대도 꺾어지고 있을 요즘 아버지들 안녕하신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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