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교육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발표를 2월4일로 연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31일 오후, 로스쿨 탈락 대학인 조선대 관계자들은 여전히 격앙돼 있었다.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지침대로 570억원이나 투자했는데 결국 이 꼴이 났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들의 항변을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실제 광주ㆍ전남지역에 비해 인구와 법률수요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전북지역에 로스쿨 지정대학 2곳을 선정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대학측이 “이젠 더 이상 교육부 말을 믿지 못하겠다. 로스쿨 지정대학으로 다시 선정하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대학측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얼씨구나 하고 돈만 쏟아 부으면 로스쿨 유치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제였다. 이제 로스쿨에 버린 돈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이 커지고 수업의 질 저하마저 우려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측은 여전히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 미래는 있느냐. 창피해서 다른 대학으로 편입이라도 해야겠다.” 이날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학생들도 대학측의 입장과 같을 것”이라는 대학 관계자의 말과 달리 학생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묻지마식 투자를 하고도 오히려 탈락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대학측을 호되게 몰아세웠다. “교육부나 대학 측이나 못 믿겠습니다. 괜히 법대에 들어왔나 하는 후회마저 듭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법대생이 던진 외마디에는 암담하고 참담한 우리 로스쿨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압축돼 있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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