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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뛰어넘은 스릴러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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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뛰어넘은 스릴러의 진수

입력
2008.01.3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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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추격자광기의 납치범과 전직형사의 대결각본·연출·연기 3박자 갖춘 수작

두 남자가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줄달음질을 멈출 수 없다. 한 명은 쫓는 자고 한 사람은 쫓기는 자다. 두 사람 간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채울 만큼 많은 사연이 숨어있다. 영화 <추격자> (감독 나홍진ㆍ제작 영화사 비단길)는 제목 속에 이미 작품 전체의 틀을 담고 있다. 하지만 틀 속을 채우는 내용물은 단순치 않다.

중호(김윤석)는 보도방을 운영하는 전직 형사다. 미진(서영희)를 포함해 출장마사지여성이 잇따라 실종 되는 일이 벌어지고 중호는 공통된 휴대폰 번호 하나를 찾아낸다. 중호는 우연히 납치범 지영민(하정우)과 마주치고 추격 끝에 그를 잡는다. 영민은 경찰서에서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고 태연히 고백한다. 하지만 증거가 없어 영민을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중호는 직접 미진을 찾아 나선다.

<추격자> 는 비틀어진 인간 군상을 조립해 가며 완전한 틀을 짜 낸다. 전직 형사 중호의 추격과 수사 능력은 현직 형사를 능가한다. 성불구인 지영민의 잔인함과 태연함은 소름끼칠 정도로 반(反)사회적이다. 출장안마사 미진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를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고, 무능력한 경찰은 눈치보기와 헛물켜기에 바쁘다.

감독은 경찰의 빈자리를 중호가 메우고, 법망을 피해가는 지영민을 폭력으로 두들기는 식의 합을 짜내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추격자> 의 ‘죽도록 잡고 싶은 범인’을 몰아가는 과정은 영화 <살인의 추억> 을 추억하게 한다. 쫓기는 자의 기민함과 쫓는 자의 독기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지며 스릴러 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통쾌함을 갖는 <추격자> 의 마지막 장면은 <살인의 추억> 의 (익히 알려진) 결말이 주는 2%의 아쉬움 마저 뛰어 넘는 듯하다. <추격자> 가 연출을 맡은 나홍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이유다.

<추격자> 는 각본 연출 연기 3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며 근래 보기 드문 수작으로 승화된다. 나홍진 감독이 5년 간 골방에서 써 내려갔다는 각본은 물 샐 틈 없이 촘촘하다. 범인이 반사회화된 이유가 없고, 경찰이 지나치게 무능하게 그려졌다는 평가에 대해 감독은 “살인자들의 범행에 동기를 부여하고 싶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경찰을 비하했다.

살인을 방치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다”는 연출의 변으로 대응한다. 여기에 김윤석 하정우의 걸출한 연기가 더해진다. 김윤석의 불을 뿜는 호연은 영화 <타짜> 의 아귀가 전초전에 불과했음을 웅변한다. 하정우의 지독한 악인 연기도 ‘연예인 2세 배우’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해낸다.

<추격자> 는 하룻밤 동안 일어난 일을 두 시간에 담아 내며 쉬지 않고 내달린다. 쉴틈 없이 발생하는 사건은 유기적으로 맞물리고 이야기의 밀도는 차서 넘칠 정도다. 손에 땀을 쥐고 가슴을 치는 사이 관객들의 몸은 이미 한 뼘 만큼 스크린에 다가서 있을 것이다. 근래 보기 드믄 수작이다.

2월14일 개봉. 18세 관람가.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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