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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불은 자장면, 물가도 '퉁퉁'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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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불은 자장면, 물가도 '퉁퉁'부나

입력
2008.01.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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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17년째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화교 2세 진가비(42)씨. 지상 3층 규모로 연회석까지 갖춘 비교적 고급스런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진씨는 최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3년만에 자장면값을 500원(4,000→4,500원) 올린 것이다. 워낙 대중적인 메뉴이고 서민적인 음식이라 가격에 손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 가게문을 열었을 때 자장면 값을 3,000원 받았는데 한 그릇을 팔면 절반 정도는 남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원재료값과 인건비가 워낙 비싸져서 4,500원을 받아도 이윤은 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국 2만5,000여 식당에서 하루 700만 그릇씩 팔리는 자장면. 가장 싼 음식, 그래서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서민메뉴'다. 그런 만큼 라면과 함께 가격에 대한 일반인들의 민감도가 가장 큰 식단이기도 하다.

이 자장면 값이 이 달 들어 500원가량 일제히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3년만의 가격 인상이다.

자장면 값은 보통 한 그릇에 3,000원. 2,000원부터 5,000원까지 지역과 식당규모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중식당들은 자장면 값을 올해 들어 500원씩 잇따라 올리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보다가 몇 군데 식당에서 '선도적으로' 값을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급의 대형 중식 레스토랑에서부터 작은 동네 중국집까지 연쇄적으로 자장면 가격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장면 값을 올린 주범은 인플레다. 뜀박질하는 물가가 서민식단까지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1차적 원인은 단연 원재료비 가격상승. 국제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밀가루 값은 이미 크게 인상된 상태다.

한 중식당 주인은 "작년 초만해도 가게에 들어오는 20㎏짜리 밀가루 한 포대의 가격은 1만6,000원이었는데 9월에 1만8,500원(20% 상승), 12월 2만3,500원(50% 상승)으로 오르더니 급기야 이번 달에는 2만7,000원(68% 상승)으로 치솟았다"며 "밀가루 값이 폭등하는데 그것으로 만드는 자장면 값을 안올릴 재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채 값, 고기 값도 작년 초에 비해 평균 20% 정도 상승했다. 인건비도 많이 올라 5년 전 130만원 하던 배달직원 월급은 이젠 2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시큰둥할 정도란다. 자장면 뿐 아니라, 밀가루를 원료로 쓰는 짬뽕 우동 울면 등 중식당 간판 메뉴들의 가격이 모두 500원 정도씩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값을 올리지 못한 곳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수십년째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화교 2세 강금지(65)씨는 "자장면가격을 올려야 마땅하지만 경기도 나쁘고 단골손님 주머니사정도 뻔히 아는 상황에서 값을 올리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한 그릇에 3,500원을 받아선 이윤이 5%도 안돼 이래저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 중식당 보다는 강씨 가게처럼 동네 중ㆍ저가 중식당의 비용 압박이 더 크다고 한다. 실제로 강씨의 경우, 두 아들 내외 4명이 모두 식당으로 나와 일하고 있다.

3년 만에 이뤄진 자장면 값의 인상은 서민물가에 인플레압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곡물가격이 뛰면 각종 과자와 라면, 피자, 햄버거까지 비용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과 업체들은 현재 주요 제품가격에 대한 인상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민들이 인플레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심혜이 인턴기자(중앙대 정치외교학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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