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어제 영어 교육에 관한 공청회를 했다. 공청회는 의견을 널리 듣겠다는 취지인데, 과연 듣겠다는 것인지 거수기 역할을 시키겠다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공청회 날 아침 신문에 영어교육 강화 방안이 다 발표된 마당에 그날 하는 공청회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공청회에 차기 집권 세력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나왔다는 말이 무성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공청회야 어쨌든,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야 누가 나무라겠는가. 문제는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있다고 본다.
한국어를 쓰면서 효율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영어로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고 영어 교사들을 다그치는 대신 한국어를 적절히 섞어 쓰면서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찬반 여부를 떠나 가능성과 효율의 문제다. 실용적 차원에서 진짜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5년 동안 새로 뽑는 교사도 문제다. 회화와 작문을 중시하겠다면 원어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잘 하는 주부나 미국 대학에서 5~6년 공부한 사람 뽑아 영어로 하는 영어 교육은 잘 되지 않는다.
미국 교사 출신 퇴직자나 미국에서 좋은 대학 나오고도 취직 안 되는 원어민 교포를 뽑는 것이 훨씬 낫다. 지금까지 교육청별로 그런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예산 부족에 자격증 문제 등등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진짜 영어 쓰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어설프게 영어 잘 하는 한국사람 뽑을 생각하면 안 된다.
영어 교육 시간을 늘리면 다른 과목 시간은 어디를 줄이겠다는 것인지, 외국인을 교사로 받아들이면 자격증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수위가 정부는 아닌데 정책을 마구 발표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영어 교육은 청계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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