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비상을 시작했다.
매케인 의원은 29일(현지시간) 치러진 플로리다주 예비선거에서 대접전을 치른 끝에 최대 경쟁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 명실공히 공화당 경선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공화당의 모든 주자가 사활을 걸었던 플로리다 예비선거에서 매케인 의원이 기세를 올린 것은 2월5일 ‘슈퍼 화요일’대회전을 앞두고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음을 의미한다. 또 3위에 그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경선을 중도 포기하고 곧 매케인 의원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케인 대세론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매케인 의원은 기록적 투표율을 보인 예비선거에서 공화당 중도파, 노장년층, 히스패닉 등의 지지에 힘입어 득표율 36%를 기록함으로써 31%에 그친 롬니 전 지사를 제칠 수 있었다.
다른 주에서의 경선을 포기하고 플로리다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도박’을 했던 줄리아니 전 시장은 15% 득표로 3위로 처지면서 기사회생에 실패, 경선 중도 포기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본격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국적 지지율 30%대 후반에서 40%대를 넘나들면서 선두를 고수했으나 이제까지의 경선에서 거의 ‘꼴찌’로 전전하며 기력을 소진한 끝에 플로리다에서의 결정타를 맞았다.
한정된 조직과 자원을 대의원 수가 많은 대형주에 집중하려다 결국 제대로 기 한번 펴지 못한 줄리아니 전 시장의 몰락은 미국 대선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연구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의 첫 승리 이후 이렇다 할 전과를 올리지 못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14% 득표로 4위에 그쳐 그가 일으킨 돌풍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공화당 플로리다 예비선거의 결과는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경선 양상을 매케인 의원과 롬니 전 지사의 양강 구도로 재편하면서 그 가운데서도 매케인 의원이 상당히 앞서 나가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예비선거의 구체적 내용도 매케인 의원에게는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당원만이 투표를 할 수 있었던 플로리다 예비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그 동안 당내‘독불장군’또는‘자유주의자’로 통하던 이미지를 벗고 공화당 핵심 보수층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매케인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 보수층의 지지에서 37%대 27%로 롬니 전 지사에게 뒤지기는 했으나 ‘보수 원류’를 자처하는 롬니 전 지사에겐 충분히 위협적인 약진을 보였다.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인상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여론조사에서 전국적 지지율 1위로 올라섰고 특히 캘리포니아 등 대형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매케인 의원을 최종 승자로 만들 수 있는 요소에 해당한다.
매케인 의원이 승리가 확정된 뒤 “‘슈퍼 화요일’에서 이겨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겠다”면서 “민주당 후보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기염을 토한 것도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롬니 전 지사가 공화당 핵심 보수층 지지에서 여전히 앞서고 있고 정치자금 모금 액수에서도 매케인 의원을 능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는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플로리다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벤처 CEO 출신으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점도 롬니 전 지사의 강점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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