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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강화/ 학부모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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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강화/ 학부모 "걱정된다"

입력
2008.01.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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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영어과목을 영어로만 가르치면 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나요? 영어 교사가 부족하다는 데 학교만 믿다가 국가 영어능력시험 평가에 낭패 보는 건 아닌가요?”

2010년부터 초ㆍ중ㆍ고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가르친다는 내용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이 알려지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30일 불안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수업 방식이 생경한 데다 그 동안 누적된 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에 선뜻 인수위의 영어교육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2013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과목을 대체할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도 이러한 불안을 가중시켰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사교육 부담이었다. 사교육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속에서도 인수위의 영어공교육 정책이 활성화 될 경우 오히려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교차했다.

올해 중2, 초등5년인 두 아들을 최근 3개월 필리핀 단기 유학을 보낸 학부모 이모(42ㆍ여ㆍ경남 창원)씨는 “앞으로 학교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되고 영어 능력평가 시험도 치른다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할 지 불안했다”며 “1인당 500만원이나 들어 부담스러웠지만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주변 학부모들이 모이면 ‘영어 유치원이라도 보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을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B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8)을 둔 김모(35ㆍ여ㆍ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한 달에 50만원 하는 영어학원비가 부담이었는데 영어 몰입 공교육이 활성화 되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반기면서도 “당장 아이가 3학년이 되는 2010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한다는데 또래 아이들에 뒤쳐지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영어 수업이 제대로 될 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조모(40ㆍ서울 동작구)씨는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크게 부족하다고 들었다”며 “그 동안 어눌한 발음에 문법 위주로 수업을 하던 영어 교사들이 단기 연수를 받고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최모(14ㆍ서울 강동구)군은 “영어로 모든 내용을 배워야 한다고 하니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불안해 했다.

특히 2013년(올해 중2)부터 시행되는 국가 영어능력평가 시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조모(43ㆍ서울 강서구)씨는 “아직 구체적인 평가방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토익이나 토플 같은 형식인 지,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 지 걱정”이라며 “학교에서 영어로만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학부모들이 불안해서 영어평가 시험을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이성호(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정책의장은 “영어 공교육의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양질의 교사를 확보하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회장은 “영어 공교육 등 일련의 교육정책은 돈 많은 사람이 좋은 교육상품을 구매하는 교육 차별화주의, 교육시장화 정책이어서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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