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이 안 나온다. 이 엄동설한에 발가벗겨 밖에 세워두다니. 그것도 겨우 네 살짜리 여자아이를. 수은주가 영하 9.7도까지 떨어졌던 25일 서울 용산 구립어린이집 비상계단 난간에서 알몸으로 떨고 있던 아이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가슴이 찢어지고 숨이 막힌다"고 한 어느 어머니의 말 그대로다. 모든 부모가 다 그런 마음일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다른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롭혀서 말렸는데 계속 고집을 피워 바르게 키우려고 그랬다"고 변명했다.
아직 철없는 네 살짜리 아이를 공포와 추위에 떨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니 어이가 없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 연말에도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를 옷 벗겨 밖에 세워두었다고 한다.
교사가 그 비상계단 난간을 말 안 들으면 보내는 '못난이 어린이집'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한 것을 보면 그동안 비인간적인 체벌이 상습적으로 행해지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
더구나 알몸학대를 한 이 어린이집은 명색이 저소득가정을 돕기 위해 복지 차원에서 지자체가 설립한 곳이다. 이래도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국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텐가.
보육시설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두 살 난 아이가 사망해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체학대만이 아니다.
성적 학대, 방임과 유기, 불량식품 제공 등 아동의 심신을 파괴하는 사건이 자주 터진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해마다 늘어나 2006년의 경우 5년 전 2,105건에 비해 147% 증가한 3,097건이나 됐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보육시설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의무신고자의 신고율을 높이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는 겨우 30% 수준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사진으로 담아 공개한 뉴질랜드인 영어강사처럼 아동학대에 관한 한 인종과 국적을 떠나 모두 적극적인 신고자와 감시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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