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올랐음에도 30일 한국증시는 폭락했다. '뉴욕증시의 2부 리그'란 말까지 나왔을 만큼 그 동안 한국증시가 철저하게 미국에 동조화 패턴을 그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이변이다.
그러나 여기엔 중국 리스크가 있었다. 미국악재가 떠나자, 그 자리를 중국악재가 메우는 형국이다. 심리적 패닉상태에 빠진 한국증시는 이제 미국에 치이고, 중국에도 치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이날 중국 상해 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로 각각 -0.90%와 –2.63%를 기록했다. 그 결과 국내증시에서도 현대중공업(-10.49%) 삼성중공업(-10.41%) 포스코(-1.00%) 현대제철(-4.67%) 등 대표적 중국 관련주들이 주저앉았고, 이는 시장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쇼크와 미국 경기 침체는 직간접적으로 중국으로 전염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행들이 투자한 유럽계 헤지펀드들이 파산설에 휩싸이면서 중국도 더 이상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졌다.
또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에다 폭설로 인한 피해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이 두자릿수의 경제 성장으로 미국의 경제 침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결국 힘을 잃고 있는 셈이다.
중국경제의 불안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세계 경제 물동량의 대표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최근 급락하고 있는데, 이 지수가 급락한다는 것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성이 미국발 경기 침체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UBS증권과 맥쿼리 증권이 잇따라 조선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조정한 것도 미국 경기침체?중국 등 신흥시장 경기 침체?운임 하락?선박 주문 감소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중국 특수로 급등했던 종목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면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이제는 꿋꿋하게 증시를 지키던 기관마저도 중국 관련주 위주로 손절매(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는 것)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 신한증권 연구원은 "기계, 조선주 매도에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동참하면서 낙폭이 커졌다"며 "중국이 예상외로 고전하자 지난해 미래에셋을 따라 관련주를 샀던 일부 기관들이 견디지 못하고 매도에 나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이 것이 우리경제의 구조적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특히 증시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다 보니, 미국과 중국의 악재만 골라 반응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우리증시의 하락률(-2.98%)은 일본(0.99%) 대만(0.43%)은 물론, 리스크 당사자인 중국(상하이종합지수 0.90%)보다도 큰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한다 하더라도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며 "당분간은 지난해 급등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수급공백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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