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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재기의 돛'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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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재기의 돛' 올릴까

입력
2008.01.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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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좀 돌아다녀 봐야 돌아가는 얘기들을 알 것 같다." "아직도 현직 국가원수급만 40~50명을 알고 있다. 이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한민국에 도움을 주고 싶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세계경영을 외치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 활동을 재개한다. 일단 건강을 추스른 다음 해외 지인들을 만나보며 사업 재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30일 대우그룹 전 임원들에 따르면 작년 말 특별사면 된 김 전 회장은 내달 설날 이후 미국, 중국, 베트남 등을 방문해 과거 쌓았던 국제적 비즈니스 감각을 되살린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이 1999년 7월 19일 해체된 지 8년6개월 만에 '세계경영의 심장'인 김 전 회장이 활동 재개에 나서는 셈이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대우재단빌딩 18층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옛 '대우맨'들과 수시로 회동하는 등 물밑 행보에 들어갔다. 법률 자문 역을 맡은 장병주 ㈜대우 전 사장, 김욱한 대우재단 이사장, 백기승 대우그룹 전 홍보이사 등이 자주 만나는 대우맨들이다.

김 전 회장은 또 과거 친분을 쌓았던 정ㆍ재계 인사들과 사무실 인근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식사 모임을 자주 갖는 한편, 자신이 세운 아주대도 수시로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3년간 일했던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29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김 전 회장의 최근 활동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 주 목요일(25일) 김 전 회장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며 "김 전 회장이 최근 여권을 만들고 비자발급 받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설날 이후 미국, 중국, 베트남 등지를 돌아보며 그 동안 떨어졌던 국제적 비즈니스 감각을 높이는 한편, 개인 비즈니스보다는 옛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한 국가간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입안자로, 지금도 베트남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현지 인맥도 아직 건재하다고 한다. 실제 김 전 회장은 2005년 6월 귀국 직전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국토개발 사업에 대해 자문을 했었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하노이 인근 수백 만평 토지에 대한 독점 이용권을 부여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카자흐스탄 등 과거 대우가 명성을 날렸던 동유럽과 CIS지역에서 에너지 개발 및 금융사업으로 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사장은 "현재 국내에는 김 전 회장의 기반이 없지만, 워낙 부지런하고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 구체적으로 무슨 사업을 할 지 여부는 좀 더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기승 전 홍보이사는 "일단 국내ㆍ외 지인들의 의견을 폭 넓게 들은 뒤 시간을 두고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김 전 회장이 새 정부의 새만금 개발 사업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72세 고령이라는 점과 건강 문제, 국내 기반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분리된 후 현재 그와 연관이 있는 기업은 대우자동차판매와 부인 정희자씨가 운영하는 아트선재센터, 아들인 선협씨가 대표로 있는 아도니스 골프장 정도에 불과해 과거 대우의 명성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회장은 활동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협심증 수술 이후 심장병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데다 담낭 제거 탓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등 건강도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 전 회장의 활동 재개와 관련, 대우자동차판매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이 우리 회사에 와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대우자판 명예회장이나 고문 형식으로 이름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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