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투자증권 PI(자기자본투자)부문 임직원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의 굴삭기 업체 밥캣을 인수하겠다는 신문기사가 나자마자 일손이 바빠졌다.
밥캣 인수는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M&A)의 역사를 다시 쓸 만큼 빅딜이라 군침만 흘리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위험 대비 수익을 따진 뒤 두산인프라코어로 달려가 2억 달러의 투자 의사를 밝혔고, 두산인프라코어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PI 업무는 고객이 받아들일 수 없는 리스크를 떠안아 새로운 파생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업무로 투자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난해한 영역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분야에서 강자로 통한다.
많은 증권사들이 위탁 매매 수수료에 목을 메고 있는 와중에도 위험을 감수하고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다. 또 자기자본이 2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갖추고 있는 것도 다른 증권사에 비해 유리한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PI 투자 역사는 화려하다 못해 입이 벌어질 정도다. 일단 투자 기업들이 내노라 하는 기업들인데다 투자 수단도 첨단을 달린다.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가 대표적인 사례. 한국투자증권은 2006년 리만 브라더스가 금호산업의 위험을 기초로 해 발행한 신용파생채권(CLN)을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뒤 자산유동화채권(ABS)을 발행하는 신종기법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 신용파생상품을 기초한 국내 유동화 시장에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은 물론, 공적 자금 회수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은행이 BIS(자기자본)비율 제고와 여신 능력 확대를 위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을 인수했을 때도 첨단 전략이 빛을 발했다. 채권 2,000억원을 인수해 자산담보부어음으로 유동화 해 6개월 만에 11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
이뿐만 아니다.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했을 때도 2,700억원을 투자해 곧바로 1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테마파크 리조트 개발에 지분을 출자했다. 다른 증권사라면 아직 사업이 구체화되지도 않아 엄두도 못 낼 사안이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과감했다.
이는 모두 한국투자증권이 수많은 IPO(기업공개)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들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기업 공개 분야에서 지난해 시장 점유율 34.2%로 2위와는 20%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경쟁력을 갖춘 자기자본 투자를 필두로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 업무 등을 안정적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수익 모델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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