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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강화한다는데…논란과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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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강화한다는데…논란과 문제점은

입력
2008.01.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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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0일 차기정부 영어교육 정책 로드맵인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을 내놓았지만 갈 길은 험난하다. 영어를 학교에서 ‘제대로 충분한 수준으로’ 가르치면 사교육비가 줄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구축될 것이라는 게 인수위측이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서 인수위는 각론으로 여러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영어과목을 영어로만 수업하는 영어전용 교사를 무려 2만명 이상 새로 뽑거나, 초등 영어 수업시간을 대폭 늘리며, 현직 영어교사 대상의 심화 연수를 실시하는 내용 등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곳곳이 허점 투성이다. 엄청난 숫자의 영어전용 교사를 뽑는다면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영어전용교사제는 교원 양성 체계를 뒤흔들 핵폭탄급 방안이지만, 교단에서는 일반 영어교사와의 역할 갈등 등을 이유로 우려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재원 마련 비상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해 총 4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전용 교사 2만3,000명을 2013년까지 뽑는데 1조7,000억원이 소요되고, 현직 영어교사 심화연수에 5년간 4,800억원이 지원된다. 영어를 잘하는 대학생이나 주부 등 영어보조교사에게 교통비나 강사비 조로 5년간 3,400억원을 지원하고 원어민 보조교사 채용 및 관리에도 2,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관건은 소요 재원 확보다. 인수위는 차기정부가 들어서면 ‘가능하면’ 국가 교육예산을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부 교육재정에서 끌어다쓰는 방안을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법은 차기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영어 공교육을 뒷받침하게 될 재정은 100% 국가예산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16개 시도교육청이 일정 부분의 예산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영어전용 교사 신규 채용은 정부가 돈을 댈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시책 추진에 들어갈 예산은 시도교육청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도교육청 별로 재정 격차가 심해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는 교육청은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에서 소외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사실 교사 심화연수 등은 재정이 좋지않아 실시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계획은 거창하게 세워놓고 예산은 가난한 지방교육청으로 떠밀면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어전용교사 자격제 논란

영어전용교사 자격제 도입은 영어로 수업하는 교원확충을 위한 핵심 방안이다. 테솔 등 국내외 영어교육 과정 이수자와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교사자격증 소지자, 전문직 등 영어 수업이 가능한 사람을 대상으로 심층 및 구술면접 등을 거쳐 선발한 뒤 6개월 이내 연수 후 영어전용교사 자격증을 주겠다는 게 인수위 구상이다.

그러나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로 대변되는 영어전용 교사 자격제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반대 일색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학교 현장에서는 일반 영어교사와 영어전용교사간의 역할이 모호해져 갈등 소지가 매우 크고, 기존 영어교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중동고 영어교사 A씨는 “영어전용교사제는 기존 영어교사와 전혀 다른 양성 및 자격, 임용 체계이기 때문에 교육청이나 학교측 입장에서는 전체 영어교사의 인사 관리가 쉽지 않고, 기존 영어교사의 위상도 폄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5년 주기로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제 신분의 영어전용교사의 자질 부분도 큰 논란이다. 6개월 단기 연수로 영어 전문성과 교사의 질을 담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교사들은 판단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5~10년 주기로 영어전용교사 자격을 갱신하겠다는 방안 또한 영어정규교사로의 전환을 의미할 수 있어 불필요한 교직사회 갈등과 불만을 유발해 공교육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등 영어시간 대폭 확대 부작용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은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인수위 방안에 따르면 2010년부터 초등 3~4학년은 매주 1시간이던 영어수업 시간을 주 3시간으로 무려 3배 늘리고, 2011년부터는 5~6학년도 주당 영어수업 시간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린다.

인수위는 “학교마다 방과 후 영어수업을 자율 운영토록 지원하면 매일 영어수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1주일 내내 영어수업을 받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영어수업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게 할 게 뻔하고, 학원비나 과외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주당 3시간의 영어 의무수업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라며 “영어시간이 늘면 다른 교과 수업시간은 축소되게 마련인데, 교과과정 재조정 등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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