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전력자 공천신청 자격 문제를 둘러싼 당 내홍을 대하는 이명박 당선인 측 의원들의 기류는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발은 명분 없는 계파 정치”라는 강경론과 “지금 와서 갈등을 심화해서 좋을 게 뭐가 있냐”는 온건론이 혼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투 트랙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로선 어떤 식으로 타협점을 찾을지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은 강경론이 온건론보다 더 센 분위기다. 당규상 공천규정에 나온 대로 하겠다는데 박 전 대표 측이 왜 반발하느냐는 것이다. 이 당선인 측 한 의원은 30일 “지난해 4월 재보선 참패 뒤 당 쇄신 차원에서 만든 규정을 이제 와서 총선을 앞두고 개정해 나눠 먹자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원칙대로 적용하는 게 명분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경론의 정점에는 이재오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당헌ㆍ당규대로 한 것 일 뿐”이라며 “공천심사위에서 결정이 된 것이다. 공심위는 당헌ㆍ당규를 뛰어넘는 것을 할 수가 없다”고 재차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어떻게 되는 것과 관계없이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문제는 양보의 개념이 아니다. 원칙의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더 심각해 질 수도 있는 징조다.
하지만 마냥 강경하게만 갈수도 없을 것 같다. 당장 국정 운영을 생각해야 할 이 당선인으로선 당내 분열과 갈등이 하등 도움 될 것이 없다. 이 당선인 핵심 측근 의원은 “이제 와서 박 전 대표 측을 밀어 내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서 얻을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통과 등 난제가 앞에 놓여 있는데 이 당선인으로선 당내 갈등 상황이 반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파국을 부를 수도 있는 충돌을 벌여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날 이 당선인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공심위 결정은 존중하나 집행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당의 화합을 위해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양측 간 중재를 강조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때문에 실제 개개인에 대한 공천 심사가 진행되면서 양쪽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이 당선인은 일단 한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공천은 당의 문제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이 당선인은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신문을 보고 상황을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이 이날 러시아 특사로 다녀온 이재오 의원을 특사 활동 보고와 별도로 1시간 가량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공천 갈등 격화와 관련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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