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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초고층 건물은 '환경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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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초고층 건물은 '환경의 적'

입력
2008.01.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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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디자인코리아(Design Korea)'를 선언하며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을 천명했다. 일부에서는 이와 연결해 서울 등 대도시의 초고층 건물과 용적률 상향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토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상업용지에 주상복합이라는 건물을 허가,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했다. 사람들도 땅은 좁아도 넓은 아파트에 살려 하다 보니 기형적인 초고층주상복합건물이 건설됐다. 이제 이런 것이 적합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고층건물에 의한 환경 피해는 열섬현상, 빌딩바람, 오염물질 등을 불러오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는 0.6도, 한반도는 1.5도 올랐다. 특히 서울은 지난 30년 동안 1.3도가 상승해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열섬현상이 심화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냉난방시설 등을 갖춘 건물이 미국 전체 에너지의 70% 이상을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도 전체 배출량의 38%를 내뿜어 차량이나 산업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보다 더 많다. 이들 오염물질이 고층빌딩에 막히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침적하게 돼 있다.

환경부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 주상복합단지의 벤젠오염농도가 3.52ppb로 공장지대인 안산시 정왕동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럽, 일본 기준의 3, 4배를 초과하는 것이다.

초고층 건물은 또 지진에는 잘 견디지만 화재에는 취약한 고강도 콘크리트(50~80 메가파스칼)로 설계돼 있다. 일본이 50메가파스칼 건축물은 40분, 80메가파스칼 건축물은 35분 이내에 붕괴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초고층건물은 규모가 큰데다 수직동선의 장대화에 따른 피난로의 확보가 어려워 화재가 발생해 내열점을 넘으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반면 현재의 고가사다리차는 15층 이상 건물에서는 쓸모가 없다.

150m 이상의 상공이면 농촌, 교외, 도심 할 것 없이 상시 불어대는 초속 10m 이상의 상공풍도 주목해야 한다. 이 상공풍이 고층빌딩에 부딪치거나 고층건물 사이를 통과할 때 난류를 형성해 건물이 없을 때보다는 속도가 훨씬 빠른 순간돌풍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단지의 경우 보행에 불편을 겪고 상가 전시 물건이 떨어지며 길가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3월에는 초속 15m를 돌파하는 순간돌풍이 발생한 기록도 있다. 빌딩바람은 1년 내내 부는 게 아니다. 그 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 때 다른 곳보다 심한 돌풍이 부는 것이다.

초고층건물을 랜드마크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9ㆍ11사태에서 보듯 테러의 표적이 되거나 흉물이 될 수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서울의 주요 국가 시설 주변에 고층 건물이 세워지면 효과적인 대공요격망 구축도 어려워진다.

이처럼 문제가 많기 때문에 지나친 확산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100m 이상 고층건물의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서둘러 작성하고 자치단체는 난개발에 면죄부를 주는 형식적인 고층건물환경영향평가에서 탈피,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은 한국의 지형 기후상 적합하지 않은 건축물이다. 상업성이 개입한 왜곡된 주거문화다. 현재와 같이 고층건물을 계속 허가하면 환경피해가 누적되고 후손들에게 오염된 국토를 물려 주게 된다.

<저작권자>

이규석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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