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늘에 한국인 부부의 ‘부창부수(婦唱夫隨)’ 승전보가 울려 퍼졌다. 아내가 앞장선 베이징올림픽 진출 선언을 남편은 그대로 따랐다.
한국 핸드볼남자대표팀은 30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핸드볼 아시아예선 재경기에서 골키퍼 강일구의 신들린 듯한 선방을 앞세워 28-25, 3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전날 일본을 완파하고 먼저 베이징행을 확정한 여자팀에 이어 올림픽 동반 진출을 확정했다. 남녀핸드볼대표팀의 올림픽 동반진출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3회 연속.
후반 29분. 백원철이 왼쪽 사이드에서 날아올랐다. 일본 골키퍼 추보네가 각도를 좁히며 압박해왔다. 백원철은 추보네의 왼쪽 허리 옆 부분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백원철의 손을 떠난 볼은 골대 오른쪽 사이드 코너를 정확히 파고 들었다. 28-25. 2,000여명의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모두가 승리의 기쁨에 넘쳐 있던 순간, 촉촉이 젖어 드는 눈망울을 수줍은 듯이 감추는 이가 있었다.
여자 대표팀의 골키퍼 오영란(36ㆍ벽산건설). 그는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경기 전 느긋하게 일본식 소바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얼굴에 가득한 초조한 기색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남편 강일구(32ㆍ코로사)가 한국의 골문에 빈틈 없는 철옹성을 쌓아주길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아내의 바람대로 강일구는 철옹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그리고 여자팀에 이어 남자 대표팀에게도 베이징행 티켓을 선사했다.
골문을 지킨 문지기 강일구가 경기 초반부터 선방을 거듭하자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막대 풍선을 두들기며 남편의 선전을 기원하던 오영란은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강일구의 신들린 듯한 선방이 나올 때마다 오영란은 옆에 앉은 대표팀 동료 홍정호를 끌어안고 온몸으로 응원했다.
일본의 주득점원 미야자키의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는 강일구는 이날의 승부를 가른 후반 12분부터 15분까지 연속 4개의 노마크슛을 쳐내는 ‘신기’를 보여줬다. 강일구의 원맨쇼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은 신예 정수영이 묘기에 가까운 스카이슛에 이어 번개 같은 속공으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점수차를 6점차까지 벌렸다. 이후 한국이 8분 동안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 일본이 2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김태훈 감독은 재빨리 작전 타임을 부르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김태훈 감독은 “경기 전 주전 골키퍼인 한경태에게 물어봤는데, (강)일구의 컨디션이 너무 좋다며 출전을 양보했다. 일구가 훈련 내내 일본의 전력을 열심히 분석했는데 오늘 빛을 봤다”고 말했다.
도쿄=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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