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옥·우선희·이상은 공격 핵… 골키퍼 오영란 거미손
올해 나이 서른 여섯 살인 대표팀의 맏언니 오성옥(스위스 히포방크)은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관록이 묻어나는 날카로운 패스는 서른 세 살의 공격수 이상은(스페인 이트삭스)의 손으로 어김 없이 연결됐다. 반면 상대 편은 공격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완벽한 실점 위기를 거미손처럼 막아내는 오영란(36ㆍ벽산건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영란의 마크에 걸린 볼은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우선희(30ㆍ루마니아 브라쇼프)를 거쳐 속공으로 연결됐다.
29일 일본을 꺾고 2008베이징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임영철 감독은 일찌감치 “한국 아줌마의 힘을 100% 믿는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한일전 경기를 마친 후 임 감독은 다시 “우리 팀 아줌마들 정말 대단하다. 대한민국은 아줌마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84년 LA올림픽부터 빠지지 않고 진출했던 여섯 번의 올림픽. 그 중 2000아테네올림픽을 제외한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한국의 핸드볼 낭자들은 어김 없이 결승에 진출했다. 금메달 2개(1988 서울, 1992 바르셀로나)와 은메달 3개(1984 LA, 1996 애틀랜타, 2004 아테네)를 따내는 동안 서른을 넘긴 아줌마 선수들은 언제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 대표팀의 운명 역시 ‘아줌마 부대’의 손에 달려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오성옥 오영란 이상은에게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든 열정을 불태워 핸드볼 인생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핸드볼 협회 관계자는 “오성옥 이상은 우선희 등 노장들의 슈팅을 보면 어린 선수들과 수준 자체가 다르다. 상대 골키퍼의 안면을 조준해서 슛을 던지는 건 이들 아니면 할 수 없는 대담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핸드볼 강국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 단점을 화려한 테크닉으로 메우고 있는 것. 경기 운영이 워낙 노련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열세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 오성옥은 “애당초 목표는 아시아가 아니었다. 베이징에서는 아테네 때 잃어버렸던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다짐했다.
도쿄=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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