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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쌀 직불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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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쌀 직불제의 그늘

입력
2008.01.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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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국제 통상 무대에서 대표적인 보조금 제도로 지목됐던‘추곡수매제’가 없어지고 ‘쌀 소득보전직불제’가 등장했다. 목표가격을 정해놓고 산지 쌀값과의 차액 중 85%를 지급하는 제도다.

당시 정부는 실제 쌀 소득은 정부 목표가의 97% 정도에 달한다고 농민들을 달랬다. 일각에서 이 대책이 농가 구조조정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목표가격이 시장가격에 따라 변동하므로 쌀 농가가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구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쌀 직불제는 쌀시장 개방 일정과 농심 달래기 모두를 감안한 절충안이었다.

목표가는 최근 몇 년간 산지 쌀 값의 평균을 사용한다. 쌀 값이 매년 하락 추세라 지난해까지 17만83원(80㎏당)에서 올해부터는 5% 가량 낮은 16만1,000원대로 전망됐었다. 29일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29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쌀 목표가 동결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5년간 쌀 목표가를 유지하고 17만원 이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법사위와 본회의에서도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로써 올해 당장 4,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게 됐지만,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까울 것은 없다.

그러나 쌀 직불제의 한 축이었던 시장 기능은 거의 사라지게 됐다. 목표가를 시장가격에 맞춰 점진적으로 내려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게 당초 정부의 생각이었다. 2015년이면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고 쌀 수입이 본격화한다. 쌀 목표가의 5년간 동결 같은 언발의 오줌누기식 대책에 안주, 벼농사의 경쟁력 강화나 농촌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면 쌀시장이 본격 개방되는 2013년 이후에는 농민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농림부도 이런 뜻을 전달했지만 4월 총선에서 농심(農心)을 잡으려는 정치권의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진성훈 경제산업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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