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발생한 중국 자연재해 중 최악의 피해를 내고 있는 중국 내륙 한파ㆍ폭설 대란이 물류ㆍ기간산업 등을 마비시키면서 중국 실물경제에 큰 구멍을 내고 있다.
특히 명절 설 직전에 몰아 닥친 이번 재해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한 인플레 징후를 보여온 중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중국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안후이(安徽), 구이저우(貴州) 성 등 중국 내륙 14개 성을 중심으로 폭설과 한파가 몰아쳐 중국의 남북과 동서를 잇는 철도망과 일부 도로망이 3일 이상 두절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로 수송되는 석탄이 발전소로 공급되지 못해 중국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전력난이 발생, 기간 산업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재해 발생 후 전력 생산이 종전보다 7% 정도 감소했다”며 “문제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들의 석탄 재고가 며칠 분 밖에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 전역 31개성 중 무려 17개 성에서 제한 송전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전력 대란은 전력 다소비 업종인 알루미늄 제련공장 등 금속 산업의 생산 중단을 불러올 정도”라며 “안전 위험 때문에 조업이 중단된 베이징(北京) 인근의 소규모 탄광들은 29일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조업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물류 대란은 각 지방의 생필품 인상을 부추겨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해지고 있는 인플레를 더욱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진더한 상하이증권선물 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재해가 경제에 준 충격은 심각하다”며 “농산물, 특히 야채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물가 인상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물류 대란은 세계 원자재 시장에도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중국의 석탄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90달러 선을 유지하던 호주 뉴캐슬산 석탄의 톤 당 가격이 28일 100달러에 이르렀고, 알루미늄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단기적 충격이 금융위기를 겪는 세계 경제에 적지않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석탄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석탄 수출을 긴급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석탄을 한국으로 수송하는 선박 업체 대표 송모씨는 “계약했던 물량을 전달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이번 재해의 피해 규모는 이재민 7,786만명, 직접 재산피해 300억 달러에 달해 1998년의 대홍수 당시의 피해 규모를 능가하고 있다. 홍콩 언론은 “폭설 등으로 중국 내륙 전체가 고립되는 양상”이라고 요약했다.
중국 내륙과 상하이 등지에서는 폭설로 인한 공항 폐쇄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인 관광객과 설을 맞아 귀국하려는 한국 교민들에게 적지 않는 피해가 우려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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