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재임중 마지막으로 행한 국정연설의 두 가지 큰 줄기는 '경제'와 '이라크전'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당면한 경기침체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미 정부와 의회의 역할을 부각시키는데 최대의 강조점을 두면서도 동시에 이라크 미군 증파의 효과를 거듭 역설하는 등 이라크전 승리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기에는 남은 임기가 1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이라크전 실패에 경기침체가 겹친 '최악의 유산'을 다음 정부에 넘겨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부시 대통령의 노심초사가 담겨 있다.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힘차게 달려 나가겠다"며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퇴임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경제 등 국내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도 큰 일거리 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제안을 나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빈곤층 학생들에 대한 3억 달러 규모의 학자금 지원, 군인 배우자 및 자녀들에 대한 교육 혜택, 불요불급한 151개 정부 사업의 취소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으나 사회보장 제도 개선,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 등 대형 사업과 관련해서는 '미처 못다한 일'로 규정하는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조세개혁, 300억 달러 규모의 에이즈 퇴치기금 조성 등 일부 정책은 미 언론들로부터 새로울 것이 없는 '재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등 대북 정책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임기말에 내몰린 난처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진전에 고무돼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현재는 '완전하고 정확한' 북한 핵 신고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을 비난하자니 더욱 북한을 자극할 것 같고, 그렇다고 현재의 북한 핵문제 진행 상태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2002년 1월29일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이라는 강성 발언으로 전세계를 긴장시킨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장황하게 많은 얘기를 했으나 지금까지 미국이 밝혀 온 원칙적 입장의 나열에 그쳤다.
부시 대통령은 다만 '레임 덕'상황에 처했을지라도 민주당 주도의 의회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와 하원이 합의한 경기부양책을 상원이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경기부양책의 조기 의회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감세정책 영구화를 주장하면서 어떠한 세금인상 법안에도 거부권(비토)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의원들이 방만하게 편성한 '선심성 예산'에 대해서도 이를 절반으로 줄이지 않을 경우, 예산안을 거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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