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구립 어린이집이 교사 말을 듣지 않는 다섯살배기 여자 아이를 발가벗겨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문 밖에 서 있게 하는 ‘알몸 체벌’을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믿을 수 없는 아동학대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서울시 등은 뒤늦게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아동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조만간 원장과 교사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29일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에 따르면 수은주가 영하 9.7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25일 용산구 이태원동 구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25ㆍ여)씨는 A(5ㆍ여)양이 자신의 제지에도 불구, 다른 어린이들을 괴롭히자 “혼 좀 나야 겠다”며 박양을 어린이집 건물 1층으로 내려가는 비상계단 난간이 있는 철문 밖으로 내보내 서 있게 했다.
강추위에 몸을 떨며 울음 섞인 비명을 지르던 박양의 모습은 어린이집 주변에 살고 있던 외국인 K씨에게 목격됐고, K씨는 A양이 알몸 체벌을 받고 있는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 언론에 제보했다. 영어학원 강사인 K씨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리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한 겨울에 옷을 다 벗겨 10분 이상 밖에 세우는 모습에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12월 29일에도 5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 아이를 발가벗겨 같은 장소에서 알몸 체벌을 받게 한 적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이 같은 사실들을 극구 부인하던 어린이집 원장 박모(69)씨와 보육교사 이씨는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현장 조사에 나선 구청 관계자들에게 뒤늦게 시인했다. 이씨는 “A양이 다른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롭혀서 말렸는데 계속 고집을 피웠다”며 “아이를 바르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A양 부모는 박씨와 이씨에 대한 처벌은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양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4)을 둔 신모(37ㆍ여)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몸서리쳤다.
5세 여야 알몸 체벌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등에서는 비난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네티즌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가슴이 찢어지고 숨이 막힌다”는 등 격한 반응이 쏟아냈다. 한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해당 원장과 교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만 1만 건을 넘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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