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작은 정부론에 대한 반박에서부터 통일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불만까지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데 빠진 게 하나 있었다. 개정안에서 폐지된 국정홍보처에 관한 언급이다.
홍보처가 어떤 부처인가. 홍보처는 참여정부의 상징 중 하나였다. 어느 부처도 홍보처만큼 노 대통령의 뜻을 온 몸으로 받든 부처는 없다. “죽치고 앉아서 담합한다”는 노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내외 기자실 실태조사에 나섰고, 기자들과 험악한 몸싸움을 벌여가며 기자실 대못질도 했다.
노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앞장 서 공격했고, ‘용비어천가’‘앵무새’라는 지적은 훈장쯤으로 생각했다. 언론중재 독려 등 부처의 홍보조정 업무를 사실상 관장해 타 부처로부터‘상전’이라는 비아양도 샀다. 노 대통령도 이에 맞춰 차관급 부처에 장관급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부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정권이 바뀐 지금, 홍보처는 통일부 등 다른 폐지대상 부처와 달리 우군이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유관 단체에서도 홍보처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홍보처를 그렇게 만든 노 대통령이라도 엄호를 해줘야 할 텐데 한마디가 없는 것은 뜻밖이다. “참여정부 정책 중 언론정책이 가장 보람 있었다”(지난해 6월2일 참여정부평가 포럼)고 했던 노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한 홍보처 직원은 “쓸쓸하고 괴롭다”고 했다.
일선에서 노 대통령을 대신해 언론과의 싸움을 도맡았던 홍보처.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이 보다 더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있을까.
정치부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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