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드라마가 위기다. 작품성이나 연출자, 혹은 출연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겉 포장에 ‘멜로’라고 적혀있는 드라마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시청률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멜로 드라마의 종언’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온다.
■ 초라한 멜로극의 성적표
KBS 월화 미니시리즈 <못된 사랑> 의 성적표는 보기가 안타까울 정도다. 검증된 한류스타, 그리고 <외과의사 봉달희> 로 결혼 이후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권상우와 이요원이 주연을 맡았지만 속수무책이다. 외과의사> 못된>
28일 기준 AGB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시청률은 불과 7.4%. MBC <이산> 이 31%, SBS <왕과 나> 가 13.3%인 것에 비하면 종영(2월 12일)이 곧 닥친 이 드라마의 정통 멜로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왕과> 이산>
여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며 방탕하게 살아온 한 남자와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싱글맘의 러브스토리를 독특한 시각으로 그려낸 멜로물을 표방한 SBS 드라마스페셜 <불한당> 도 시청률(7.5%)이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제대 후 MBC <고맙습니다> 로 연기복귀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은 장혁이 주연으로 나섰지만 톱스타의 ‘약발’도 멜로물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불한당>
김수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멜로물인 MBC 주말기획 <겨울새> 또한 진부한 고부갈등, 가련한 운명의 여인이라는 과거의 코드 때문에 고전(시청률 14.9%)하고 있다. 겨울새>
지난해도 SBS <내 남자의 여자> 와 MBC <커피 프린스 1호점> 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멜로물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톱스타 고소영이 8년 만에 복귀해 화제가 됐던 SBS <푸른 물고기> 는 조기종영의 수모마저 겪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고작 4.9%였다. 푸른> 커피> 내>
■ 진부한 장치, 안일한 제작
<못된 사랑> 이 방송을 시작하기 전 제작진은 “사극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통 멜로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많아 <못된 사랑> 이 화제작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못된> 못된>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왜일까. 이 드라마를 제작한 DRM미디어 관계자는 “타 방송사의 사극 편성으로 영향을 받았다. 출연진이 주로 젊은 층에 어필하는 스타들인데 편성 시간은 주로 주부들이 시청하는 때라 시청률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라며 “멜로물이라도 독특하고 차별화된 기획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고 평가했다.
구태의연한 제작방식이 멜로물의 어려움을 불렀다는 해석도 많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대와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멜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다.
항상 관습적으로 드라마를 만들면서 오직 스타급 연기자에게 기댄다”며 “헌신적 여성상, 비련의 여주인공을 내세우며 겨울엔 멜로물이 먹힌다는 옛날 생각에 머물러 있어서 시청자들이 떠난다”고 분석했다.
일명 ‘장화홍련 스토리’, ‘신데렐라 장치’ 등으로 불리는 드라마 속 관습적 스토리 라인의 잦은 사용도 멜로 장르를 궁지에 몰아넣는 이유로 꼽힌다. 출생의 비밀이 담긴 재벌2세, 어처구니 없는 매형과의 삼각관계, 스토리가 끊길만하면 등장인물을 하나 둘 죽이는 억지 구성, 조폭과 사채업자의 등장을 기쁘게 봐줄 시청자는 더 이상 없다.
윤 교수는 “인물은 없이 역할만 존재하고 캐스팅의 설득력이 부족해 주인공과 시청자의 감정 동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사극을 비롯해 대부분의 드라마에 멜로는 감초처럼 들어가기 때문에 굳이 정통 멜로를 고집하며 보지 않는 것도 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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