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의 향후 행보는 한나라당의 역학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가 친(親)이명박 성향 의원 그룹을 대표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본인 입으로 언급 한 적은 없지만 그 역시 2인자 경쟁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름대로 ‘야망’이 있으며 그에 따른 복안도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4월 총선과 7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자신의 당내 입지를 한층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총선 이후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 측근들도 29일 “말은 안 하지만 당 대표 경선에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정면 승부를 통해 한나라당의 명실상부한 주류 대표주자가 돼 보겠다는 의지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당에서 뒷받침하기 위해선 이재오가 적임자’라는 논리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의원에 대한 당내 반대 세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길이 순탄할지는 예단키 어렵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의원은 4월 총선 공천 과정에도 깊숙히 개입할 여지가 크다. 이는 당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이미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이 공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도 넘쳐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갈등으로 인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 2선으로 후퇴했던 이 의원이 최근 이명박 당선인 특사로 러시아를 다녀오는 등 일선에 복귀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처럼 당내 세력 확대를 꾀하며 한편으론 이 의원이 행정 경험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할 가능성도 많다. 투사 이미지가 강한 그에게 정부에서 역할을 하는 경험은 여러모로 득이 될 것이 많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이명박 정부 성공에도 기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국민 이미지도 개선하는 차원에서 국정경험을 쌓는 것은 이 의원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필요한 과정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대중 지지도가 별로 없다는 중요한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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