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재(43) 감독은 현역 시절 한기범 김유택 강동희 김영만 등 당대 최고 선수들과 함께 뛰며 기아자동차의 ‘V 9’을 일궜다. 또 허 감독은 이따금 불미스러운 일에 말린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주위의 도움으로 큰 화는 피했다. 허 감독이 ‘복인(福人)’으로 통하는 이유다.
허 감독은 2002년 1월29일 실시된 2003 신인 드래프트에서 만세를 불렀다. 허 감독은 당시 선수였지만, 전창진 동부 감독과 함께 드래프트에 참가해 김주성을 낚았다. 허 감독은 김주성이 호명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허 감독은 김주성과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합작했다.
허 감독은 드래프트가 열리기 하루 전인 2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잤다. 처음에는 “남들 따라 하기 싫다”며 용인 선수단 전용숙소를 고집하던 허 감독은 “다시 생각해보니 아침에 용인에서 서울까지 오려면 불편할 것 같다 ”며 잠자리를 바꿨다.
그렇지만 구단 직원들은 ‘테이블보 경쟁’을 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미신인데 굳이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프트 행사장에서 테이블보를 가장 먼저 깐 구단은 1순위 지명권을 갖는다는 징크스가 있다. 올해는 전자랜드가 ‘테이블보 경쟁’에서 1등을 차지했다.
‘테이블보 징크스’도 허 감독의 복은 당하지 못했다. 허 감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29일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 하승진을 차지했다. 농구인들은 드래프트가 끝난 뒤 저마다 한마디하며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허재는 정말 복도 많아.”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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