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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서 과수원 운영 김수용씨 필리핀서 시집온 9명 수양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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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서 과수원 운영 김수용씨 필리핀서 시집온 9명 수양딸로

입력
2008.01.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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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는 하늘 나라로 갔지만 딸 아홉 명을 새로 얻었습니다.”

강원 양구군 양구읍 군량리에서 과수원 에덴농원을 운영하는 김수용(60)씨에게는 수양딸이 아홉이나 된다. 모두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 여성들이다. 양구읍의 외국인 며느리가 열 네 명이므로 절반 이상의 그의 수양딸이다.

김씨가 이들을 수양딸로 삼은 것은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된 하나뿐인 딸이 병을 얻어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뜬 뒤다. 딸을 보낸 뒤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던 그는 다니던 성당의 필리핀 여성 신자들에게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그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신부님에게 부탁했다.

낯선 땅에서 외로움을 타던 필리핀 며느리들 역시 선뜻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이들을 남편,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초대해 조촐하게 결연식을 하면서 한 가족임을 알렸다.

지금은 한명이라도 생일을 맞으면 수양딸을 모두 불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김씨는 회갑날인 19일 한자리에 모인 친인척들에게 수양딸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외국 이름이라 빨리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이름을 적어놓고 매일 외우고 있습니다.”

호세피나(46) 이사벨(45) 펠리사(42) 줄리(41) 리사(41) 페비(39) 이일린(29) 마우린(27) 미셀(26) 등 딸들의 이름을 적어 책상에 붙인 김씨는 한달에 평균 한번 꼴로 다가오는 딸들의 생일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시집의 대소사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남편과의 갈등 혹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등에 대해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시간이다. 생일에는 사위와 손자들도 함께 오기 때문에 집안이 떠들썩하고 마음도 흐뭇하다.

김씨는 “수양딸 대부분이 필리핀에서 대학 교육을 받거나 받다가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딸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매일 한명과 전화통화를 하겠다는 김씨는 “이들을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정당하게 대우하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김씨는 좀 더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수양딸 3명에게 직장을 잡아주기로 하고 뛰어다니고 있다. 수양딸들에게 영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성당과 양구군에도 도움을 청했다.

김씨는 2001년 해병대 원사로 전역한 뒤 양구로 들어온 귀농인으로 2만여㎡의 사과 과수원에서 연 1억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부농이다.

양구=김경엽 기자 report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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