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 노르웨이 알제리 등의 신흥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강력한 연대를 통해 서구의 전통 메이저 석유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등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급성장한 신흥 에너지 기업이 세계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해온 엑손 모빌과 로얄 더치셸, BP PLC 등 전통 석유 재벌에 맞서는 형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규 석유시장 확보 경쟁에서 국영 석유기업들이 상호간 기술협력과 공동투자 등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29일 전했다.
컨설팅업체인 PFC에너지에 따르면 2000년에 2건 뿐이던 국영 에너지기업간 제휴가 2006년에는 16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CNPC와 이란 석유공사가 이란 야다바란 유전 개발을 위한 20억달러의 투자협정을 맺었고, 인도 석유천연가스공사와 알제리의 국영 소나트라크사도 리비아 유전 공동 탐사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가즈프롬과 노르웨이의 스타토일하이드로도 바렌츠해 가스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 신흥 국영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고 신규 에너지 매장지대에 대한 탐사ㆍ개발의 주도권을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국영기업의 강점은 무엇보다 국가가 뒷받침하는 풍부한 자금력이다. 파격적인 제안으로 기존 메이저 기업과의 계약을 대체할 정도로 물량공세에 적극적이다. 규모면에서 에너지 부문 세계 상위 20개사 중 14곳을 국영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개입되는 정치적 입김도 빼놓을 수 없다.
가즈프롬과 스타토일하이드 간의 협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간의 전화 통화가 결정적이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새로운 유전 개발 사업에서 서방 메이저들을 배제하고, 우방국의 국영 기업들과 협력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국영기업의 공세에 대해 BP PLC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는 최근 “기술이나 자산 다양성, 마케팅 역량 및 브랜드 가치 면에서 '메이저'들이 국영 기업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국영기업의 경우 메이저와의 기술적 격차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브라질의 국영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심해 석유 탐사 부문에서, 스타토일하이드로는 북극해 연안 사업과 해저 생산 기술에서 선두주자다.
PFC에너지의 로빈 웨스트는 “국영 업체의 자본과 기술, 정치적인 접근력 등이 합쳐지면 매우 강력한 조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풍부한 중국이나 러시아, 기술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 풍부한 자원이 있는 아프리카나 중동의 국영 기업들이 연대를 맺게 되면 그야말로 ‘자금, 기술, 자원’라는 이상적인 조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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