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업체들이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내몰리면서 기업 사냥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M&A 바람은 지난해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하고, 대한전선이 계열사를 통해 명지건설을 가져가면서 본격화했다. 이어 28일 효성이 시공능력평가 45위의 중견건설업체인 진흥기업을 전격 인수하면서 건설업계 M&A 바람은 '태풍급'으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중견 건설업체 W사의 한 임원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 완화로 미분양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 탓에 사채시장에서 단기자금을 빌려 버텨왔지만 실제 정책은 기대 이하였다"며 "운영자금이 마른 중소업체들이 상당부문 도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운영자금의 젖줄이 돼온 공공부문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데다, 그 동안 최저가 입찰에서 출혈 경쟁으로 수주한 사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자금 줄을 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70개 수준이었던 부도업체 수가 4분기에는 113개로 크게 늘어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자금이 탄탄한 대형 건설업체나 신규 건설업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은 몸집 불리기의 '호기'로 삼고 있다. 중견업체는 M&A로 대형 건설업체 도약이 가능하고, 신규 사업을 노리는 대기업은 건설업 진출에 '무임승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큰 손'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신일을 인수했다가 부실 문제로 포기한 동양메이저그룹이 새 매물을 찾고 있고, 주택전문업체에서 종합건설업체로 도약을 선언한 월드건설도 토목에 강점이 있는 건설사 인수를 선언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며 탄탄한 자금력을 과시한 유진그룹도 건설업 진출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준호 명지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경쟁을 통한 시장원리를 강조한 만큼 중소 건설업체의 M&A는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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