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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前서울대 총장 '선생님을 위한 강연'/ "사람들 평·등 얘기만 해 학교·선생님도 경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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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前서울대 총장 '선생님을 위한 강연'/ "사람들 평·등 얘기만 해 학교·선생님도 경쟁해야"

입력
2008.0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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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이 지하철 풍경에서 엿본 우리 사회 모습을 그는 2개의 키워드로 압축했다. "지하철에서 어른들 대화를 경청해보면 주된 이야기가 하나는 '평'이고, 다른 하나는 '등'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고쳐야 합니다." 물론 '평'과 '등'은 아파트 평수와 자녀의 성적 등수를 말한다.

평소 '인재육성'을 소신처럼 말해온 정 전 총장이 29일 다시 교육개혁을 강조하며 소개한 얘기다. 정 전 총장은 이날 부산 센텀 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선생님을 위한 경제와 문화체험'에서 강사로 나서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지론을 다시금 설파했다.

우리 사회에 인재가 부족한 것은 이 같은 잘못된 교육철학과 흐름에 뒤쳐진 교육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투자는 많은 데 나오는 결과는 적어 누구나 다 교육이 부실하다고 말한다는 것.

정 전 총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도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고,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 외에 필요한 인재가 없는 것도 주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투자대상이 있어도 높은 임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고급 인력이 없다는 진단이다. 투자 효율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기피한다고 정 전총장은 전했다.

그는 잘못된 교육 철학에 대해 "교육을 출세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재를 길러내려면 제도가 달라지고, 교육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학교와 선생님이 변해야 한다"면서 특히 교사와 학교사회의 경쟁 도입을 주문했다.

"우리 사회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 곳이 한군데도 없고, 학생들은 이미 세계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학교와 선생님들은 전혀 경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정 전 총장은 인재육성에 필요한 다양성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정부의 통제를 꼽았다. "정부의 역할은 '하지 말라'에서 '해보라'로, 앞길을 막는 것에서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로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학의 학생선발권 부여, 지방의 우수고교 적극 육성과 중ㆍ고교의 학군제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또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누린 1990년 대 미국의 신경제는 20년 전 대학교육의 문호를 대폭 개방한 교육개혁의 결과라는 점도 소개했다.

정 전 총장은 "인재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대처하는 사람인 데, 이를 위해선 체력, 창의력, 전화위복의 능력, 적응력을 갖추고 나서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인재론'을 펴기도 했다.

경제와 관련, 정 전 총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가 투자 부진이라면서 "우리 경제가 종래의 경제원론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축을 해야 하는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돈을 빌려 투자를 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반대로 은행에 저축을 하는 현실을 두고 빗댄 말이다.

정 전 총장은 "여기에다 중소기업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지속되다가 점점 한국경제가 축소지향적으로 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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