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그룹이 러시아, 브라질, 동남아시아 등 3곳에서 동시에 현지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한다. 도요타, GM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이들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함에 따라 대응 전략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브라질, 동남아 등 3곳에 신규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 남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대부분의 판매 거점에 현지 공장을 갖게 돼 2010년이면 연간 국내 300만대, 해외 300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우선 북미와 남미 시장에 공급할 자동차 생산을 위해 2010년 목표로 브라질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 후보지를 물색 중이며, 현재 3곳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정몽구 회장이 올 상반기 중 브라질 현지로 날아가 후보 부지를 직접 살펴볼 계획이다.
동남아 공장의 경우 태국이 유력 후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태국의 반조립제품(CKD) 공장에서 쏘나타, SUV 산타페, 스포츠카 쿠페 등 3개 모델을 조립하고 있으나 완성차 공장은 없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태국이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시장성이 좋은 반면, 정정 불안 등 잠재 리스크가 커 현지 유력 파트너와 합작으로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태국 공장 설립을 통해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차들이 50% 이상을 점령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공장은 4월께 착공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총 4억달러를 투자,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첫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러시아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차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공격적인 해외 공장 추진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이달 초 취임식에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해외 공장 신설과 증설에 대해 노조 개입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향후 해외 공장 설립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대적인 해외 공장 설립을 통해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노사간 협력체제 부족으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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