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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인수위의 방통융합 '단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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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인수위의 방통융합 '단칼' 해법

입력
2008.0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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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1일은 우리나라 미디어 정책사에 영원히 기록될 날이 될 것 같다. 지난 십수년 간 갈등을 빚던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정책 기구 개편 문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의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으로 최종 결판이 난 것이다.

오랜 기간 누구도 쉽게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없었던 난제 중의 난제가 인수위의 밀실에서 정부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초단기간에 처리되어 버린 것이다.

■ 해묵은 난제 초단기간에 해결

인수위는 이 기구개편안을 그간 이루어진 논의를 토대로 한 심사숙고의 산물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이리저리 얽힌 난제를 해결하는 데는 '고르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을 칼로 내려친 알렉산더와 같은 결단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망설이다 미디어 정책의 큰 틀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차기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방송통신 정책기구 개편 문제와 관련해 인수위의 역할이 절차상 적절한 것이었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정책기구 개편이란 굳이 에둘러 말할 필요 없이 21세기의 중추적인 미디어 정책 기구의 형태와 역할을 정하는 문제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 그것도 미디어와 직결된 사안을 거침없이 재단하는 행태는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눈에조차 위태로운 느낌으로 비쳤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한 달여간 인수위는 하루가 멀게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다양한 정책변화안을 쏟아 내는 가운데 의욕과잉에 따른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서 보여준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세기 미디어위원회를 운영한다 안 한다, 1민영 다공영 지상파 방송 구도를 개편한다 자율에 맡긴다, 미디어 소유 규제를 없앤다 남겨둔다 등등 인수위의 미디어 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 모든 혼선은 그 어떤 정책보다 조심스레 접근해야 하는 미디어 정책의 향방에 대해 누구보다 신중해야 하는 권력 핵심 인수위 인사들이 너무도 쉽게 개혁, 변화, 처방을 언급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절차의 문제를 차치하다면 기실 방송통신기구 통합의 정책방향은 큰 방향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다.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 관련부처 등과의 역할 조정 등과 관련해 시비가 일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제안한 것을 두고 독립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종래 방송위원회가 무소속 독립 위원회 형태였음에도 어떤 기구로부터도 보호 받지 못하고 정치와 피규제 산업, 사회단체들에 휘둘려온 걸 생각하면 제도 자체만으로는 솔직히 큰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

총 5인 중 대통령이 2인을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의장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회 구성안도 마찬가지다.

■ 그런 식 의사결정 더 없어야

거꾸로 정책방안이 아무리 좋다 한들 의사결정 절차 상의 의혹 내지 신뢰 상실로 이어질 경우 운영 과정이 표류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금번에 제안된 방송통신위원회 안처럼 정치적 독립성이나 전문성 담보와 같은 정책목표의 성공 여부가 제도적 방안 그 자체보다 그 정치적 운용의 묘에 달려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필자는 향후 인수위, 그리고 새 정부에 대해 미디어 정책문제에 관한한 '알렉산더의 칼'을 더 이상 휘두르지 말고 폭 넓게 의견을 물어가며 조심스럽게 매듭을 풀어가는 자세를 주문하고 싶다.

<저작권자>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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