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강화에도 불구,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들 간 상품 거래 과정에서 지배 대주주의 현금 흐름권(배당권)이 낮은 회사로부터 대주주의 현금 흐름권이 높은 회사로 부의 이전(이른바 '터널링')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금 흐름권이란 기업 이윤에 대한 주주의 권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두 회사가 동일한 이익을 내더라도 현금 흐름권이 높은 회사는 주주의 이익이 더 많아진다.
KDI가 1995~2005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상품ㆍ서비스 내부거래와 재무제표 등을 분석한 결과, 거래가 이뤄진 두 계열사에 대한 지배 대주주의 현금 흐름권 차이가 1%포인트 더 클수록 현금 흐름권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일반기업 대비 초과분) 격차가 0.2%포인트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배 대주주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계열사일수록 그렇지 않은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영업이익률이 더욱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결국 지배 대주주는 두 계열사 이익의 합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부거래를 통해 현금 흐름권이 좋은 계열사의 이익을 상대적으로 높임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누리게 된다.
기간별로는 최근인 2003~2005년에 터널링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KDI는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기업관련 규제에도 불구, 상품 매출ㆍ입 과정에서 터널링이 발생하고 있어 공시 확대 등 공적 규율 강화와 함께 소액주주의 피해를 사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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