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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하이원배 名人戰 - 돌아온 돌부처 '화끈한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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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하이원배 名人戰 - 돌아온 돌부처 '화끈한 신고식'

입력
2008.0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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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아, 기다려라. 내가 다시 돌아 왔다” 이창호가 명인전 본선 리그에 복귀했다.

28일 한국기원 본선 대국실에서 열린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예선 결승전에서 이창호가 윤준상을 누르고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작년 제 35기 명인전 본선 리그에서 5승 4패를 기록, 4위에 머무르는 바람에 3위까지만 주는 차기 대회 본선 시드를 받지 못했던 그다. 그러나 올해 예선 1회전부터 출전, 5연승을 거둔 끝에 드디어 제36기 본선 리그에 다시 합류한 것이다.

지난 해 최악의 컨디션으로 삼성화재배, 국수전, 후지쯔배, 전자랜드배 등에서 잇달아 준우승에 머물며 무관 위기까지 이르렀던 이창호는 작년 7월 왕위전을 방어한 데 이어 중환배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는 등 하반기부터 다시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창호는 올 들어 벌써 13연승을 기록, 지난 해와 전혀 다른 출발을 보여주며 정상 탈환의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작년 말부터 따지면 무려 16연승째다. 자신이 1990년 작성한 41연승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난 해 이세돌의 24연승엔 불과 8승밖에 남지 않았다. 그 동안 미니 기전인 전자랜드배 백호왕전에서 6연승으로 우승한 데 이어 명인전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원익배 십단전 결승에서 목진석에게 선승, 또 하나 타이틀 추가와 함께 4개 기전 연속 타이틀 매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1월 중 이창호가 달성한 월간 승률 100%는 프로 입문 후 통산 7번째로 2000년 8월 이후 무려 91개월만의 퍼펙트 게임 기록이다. 요즘 건강도 크게 좋아진 것 같다. 작년처럼 대국 중에 피로해 하는 모습은 커녕 오히려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이러다가는 지난해 목진석이 14년만에 갈아치운 연간 최다승 기록을 1년만에 다시 경신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약진은 올초 2007 바둑대상 시상식장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올해는 이세돌을 좀 겁나게 하겠다”고 한 발언과 맞물려 요즘 바둑가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이창호가 이세돌에게 공개석상에서 선전 포고를 한 셈인데 발언 직후 “농담이었다”고 얼버무렸지만 이세돌의 무한질주에 자신이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속내를 언뜻 내비친 것이다.

그러자 얼마 후 이세돌이 화답을 했다. 지난주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는 꼭 이창호과 결승에서 만나 한 수 배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이창호와의 맞대결을 내심 바라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사실 이세돌로서는 이창호가 아직 넘어야 할 산이다. 이세돌은 최근 삼성화재배서 우승, 국내외 7관왕에 오른 데 이어 LG배까지 넘보고 있는 당대 최강자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창호와의 맞대결에서 확실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두 사람은 그 동안 국내외 타이틀 매치에서 5번 만났지만 이세돌이 이긴 건 2003년 LG배 한 번 밖에 없다. 세계의 모든 강자들을 모두 자신의 무릎 아래 쓰러뜨린 이세돌이지만 오직 이창호만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눕히지 못했다는 얘기다. 역대 전적에서도 24승 19패로 이창호가 아직 앞서 있다. 지난해 이창호가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그래도 1승 1패였다.

작년 명인전에서는 이창호의 부진으로 인해 아쉽게도 이세돌과의 타이틀매치가 성사되지 못했다. 과연 올해는 두 거장이 국내 최대 기전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 2월부터 시작될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리그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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