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선 총선 공천을 향한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예선 관문이 워낙 좁고 계파간 역학 관계가 복잡한 터라 수 싸움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울고 웃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친박(親朴) 핵심 의원들의 지역구는 친이(親李) 진영에서 기피해 사실상 난공불락이 됐다. 가뜩이나 몇 곳 안 되는 수도권 친박 지역에서 ‘표적 물갈이’ 논란이 일면 친이 인사로선 승산이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혜훈 의원의 서울 서초갑이 대표적. 한나라당의 안방인 이 곳을 노리던 진수희 의원과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고승덕 변호사 등이 줄줄이 서울 내 다른 지역구로 발길을 돌렸다. 이성헌 전 의원의 서대문갑에도 아직까진 유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낸 나경원 당 대변인은 ‘길목 지키기’ 작전을 택한 경우. 박계동 의원(송파을)과 입각설 등이 나오는 맹형규 의원(송파갑)을 동시에 염두에 둔 선택이다. 현재로선 함락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강남과 서초 주변을 맴도는 예비후보 10여 명 중엔 부인 공천 헌금 수수 문제가 걸린 김덕룡 의원의 서초을에 기대를 건 사람이 상당수다.
곽성문 의원이 탈당한 대구 중남구와 김병호 전 의원의 부산 진갑, 불출마 선언을 한 김용갑 의원의 경남 밀양ㆍ창녕 등엔 20여명 씩이 몰려 들어 ‘무주공산의 임자’가 되기 위해 경합을 하고 있다.
이 중엔 “일단 주인 있는 지역을 피해 있다가 다른 기회를 보자”는 사람도 많다. 인수위의 이주호 의원이 점찍은 대구 중남구는 한 때 교통정리가 되는 듯 하다가 최근 이 의원의 입각설이 나오면서 북적대고 있다고 한다. 거꾸로 당내 경쟁부터 피하기 위해 경기 안산 상록갑 등 ‘한나라당의 자갈밭’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비례대표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센’ 지역을 택하는 것은 고전적 작전이다. 여성 당직자 출신 K씨는 친이 핵심 인사가 버티고 있는 경기 지역에, 역시 여성인 인수위 J씨는 대통합민주신당 거물급 인사의 출마설이 나오는 서울 강북 지역에 출사표를 냈다.
윤건영 의원이 별다른 지역 연고가 없으면서도 경기 용인을(한선교 의원)을 택한 것은 선거구 분구를 노린 것이다. 역시 분구 예상 지역인 경기 화성도 예선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한다. 반대로 합구 예상 지역인 부산 남구와 대구 달서 등에선 생존을 건 눈치 싸움이 극심하다.
반면 실세들의 지역구에는 파리가 날린다.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주호영(대구 수성을), 박형준(부산 수영),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등 친이 핵심 의원들의 지역엔 ‘감히’ 도전장을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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