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은 강재섭 대표다.
공천심사위 구성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서 강 대표는 중심을 지키며 거중조정 역할을 해내 당내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 더욱이 요즘 그의 행보에는 근본적 변화가 감지된다. 강 대표에겐 항상 “주변에 사람이 없고 챙기지도 않는다”는 평이 따라다녔다. 그런 강 대표가 요즘 사람을 챙기고 있다.
강 대표는 이명박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점찍어 놓은 전재희 의원의 입각에 대해 단호히 “No”라고 말했다. 그는 이 당선인에게 “당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고, 총선에서 전 의원이 빠지면 경기가 흔들린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전 의원과 대구 삼덕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는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재완 의원의 청와대 수석 기용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18대 총선 후보를 뽑는 당 공천심사위에도 측근 인사들을 요소요소에 배치시켜 놓았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가장 강력하게 추천한 것도 강 대표이고, 당연직 공천심사위원인 인재영입위원장에 강창희 전 최고위원을 “충청도 몫”이라며 슬쩍 밀어넣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이 당선인 측 핵심 인사들이 “강 대표에게 당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또 중립성향의 공심위원인 이종구 의원도 강 대표가 각별히 아끼는 인사이다. 나경원 대변인과 권영세 전 최고위원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강 대표의 부상에 대해 이상득 국회부의장이나 최시중 선대위고문 등 이 당선인 측 원로그룹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당선인의 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여러 주자들의 경쟁구도로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강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이 차기 대권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는다. 한 측근은 “경선과 대선을 무난히 치러 낸 만큼 총선에서 안정된 과반의석을 얻는다면 강 대표의 정치력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 대표는 총선 이후에는 휴식기를 가지며 정치구상을 정리할 생각이며, 향후 국정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총리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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