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51) 전국금속노조연맹 위원장이 29일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실용을 중시하는 한국노총의 보수ㆍ온건 색채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또 장 위원장이 이날 당선 소감에서 “한나라당과 맺은 정책연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한국노총과 이명박 정부는 한층 긴밀한 밀월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예천 출신인 장 위원장은 1981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한 뒤 TV품질을 관리하는 기술자로서 줄곧 경북 구미 지역에서 활동했다. 중앙 무대에서는 신예나 다름없다. 99년 LG전자 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고, 2006년에는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위원장에 당선됐다.
중도 성향의 장 위원장은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중시한다. 그는 LG전자 노조위원장을 지내면서 LG전자를 ‘노사상생’의 대명사로 올려 놓았다. 특히 노조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해외공장을 경영진과 함께 찾아가 ‘LG전자의 글로벌 경영에 노조가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신선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장 위원장 당선으로 이용득 현 위원장이 표방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합리적 노동운동 노선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합리적 노동운동은 명분만 앞세워 정부, 기업과 각을 세워 투쟁하기보다는 타협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전략’이다. 이는 실용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기조와도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장 위원장의 당선으로 대선 공개 지지로 시작된 한국노총과 이 당선인의 정책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새 정부와의 정책연대와 함께 정부와 기업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폐지 ▦비정규직 보호법 재개정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폐지 등에 조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천명, 새 정부의 전반적인 노정ㆍ노사관계가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총 수장으로서 장 위원장의 첫번째 과제는 선거 기간 동안에 불거진 계파간 갈등 해소다. 그는 한국노총 내 보수-개혁 세력의 단일 후보로 당선됐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수파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수파는 그 동안 개혁을 강조하는 이용득 현 위원장의 기세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지도력을 앞세웠던 이 위원장이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유약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장 위원장이 한국노총을 이끌면 조직 내에 잠복했던 보수와 개혁 세력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져 조직이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006년 노사관계 로드맵 이견으로 멀어진 민주노총과의 관계 복원도 관심사다. 보수파의 세력을 등에 업은 장 위원장의 당선으로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이자 진보를 표방하는 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은 한층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 위원장은 그러나 “노동운동이 위기인 상황에서 양대 노총이 사심 없는 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노총이 노사정위나 노사발전재단 등에 참여한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연대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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