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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미 뺀 일제시대 경성 거리…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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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미 뺀 일제시대 경성 거리…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입력
2008.01.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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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라듸오 데이즈

민족 수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꼭 비장할 필요가 있을까. 이 작품들은 과감히 ‘아니다’라고 소리친다. 주인공은 각각 사기꾼과 일제의 검열을 받는 방송국 PD.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새로운 시도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명절마다 등장하던 조폭코미디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만도 어딘가. 오락영화를 만들 때도, 머리를 굴려야 한다. 이제부터는.

암울하고 데카당한 이미지로 각인된 일제 말기의 경성 거리. 하지만 그 시절에 사람들이 독립운동만 생각하며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원스어폰어타임> 은 3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둘러싼 사기꾼(박용우)과 도둑(이보영), 그리고 일본군의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반전의 순간까지, 액션과 코미디, 비교적 짜임새 있는 드라마가 경쾌하게 이어진다.

<라듸오 데이즈> 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시선을 맞춘다. 경성 최초의 방송국에서 라디오 연속극을 시작하고, 좌충우돌 하루하루 간신히 드라마를 이어나간다. 사주의 압력과 PPL(간접광고) 등, 오늘날 방송의 현실을 패러디해 넣은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두 영화 모두 민족주의라는 코드를 슬며시 녹여 넣지만, 그것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립군의 모습을 칠칠맞지 못한 코믹 조연으로 처리한 발상이 참신하다. 12세 관람가.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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