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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이도… 응삼이도… 청도는'자수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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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이도… 응삼이도… 청도는'자수 고민중'

입력
2008.01.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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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만6,000여명의 평온한 농촌, 경북 청도에서 때아닌 자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9일 군수재선거와 관련돼 직ㆍ간접으로 금품을 받은 주민들이다. 대구지검과 경북경찰청이 30일부터 보름간 자수기간을 설정해 최대한 선처방침을 밝힘에 따라 5,000여명으로 추정되는 피의자들이 무더기로 자수행렬에 동참할 전망이다.

"주민 영세ㆍ고령 고려" 선처방침

대구지검 송진섭 공안부장과 경북경찰청 김수희 수사과장은 29일 대구지검 7층 소회의실에서 ‘청도군수 재선거 금전수수 사범’과 관련, 합동 브리핑을 갖고 “30일∼2월13일 보름간을 자수기간으로 설정, 단순히 금전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할 것”이라며 선처 방침을 밝혔다.

검경은 또 “정 군수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주민들에게 전달한 읍면 동책 등 선거운동원에 대해서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선처하겠다”고 밝혀 불구속 방침을 시사했다. 공직선거법 262조에 따르면 금전선거사범이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자수행렬은 이미 시작됐다. 28일에는 청도군 금천면 주민 25명과 운문면 주민 13명 등 42명이 단체로 전세버스 등을 타고 경찰에 집단 자수, 금품 수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29일에는 14명이 자진 출두,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검경이 이날 선처방침을 공표한 것은 청도가 전과자 동네로 전락할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청도군수 재선거때 선거운동원과 주민 등 5,700여명에게 모두 6억3,400만원의 금품이 뿌려졌다.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선거운동원을 제외하더라도 5,000여명의 주민이 금전수수로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1달여간의 수사기간 정 군수 등 22명이 구속됐고, 66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또 선거운동원으로 알려진 2명은 주변사람들이 물게 될 과태료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자살하기도 했다.

주민 대부분이 50, 60대 영세 농민이라는 점도 고려대상이 됐다. 송 부장은 “청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선처하게 됐다”며 “하지만 현금이 아닌 향응을 받았을 경우는 50배 과태료 부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전후 자수행렬 이어질 듯

돈을 받은 청도주민 상당수도 “아예 자수해서 두 발 뻗고 자자”며 자수행렬에 동참할 뜻을 비쳤다. 화양읍 김모(54)씨는 “24일 부정선거의 몸통인 정한태 군수가 구속됐는데도 사건이 일단락되지 않아 안절부절했다”며 “5만원받은 것이 이렇게 골칫거리가 될 줄 몰랐지만 선처도 한다니 곧 친척과 함께 가서 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설 연휴때 고향을 찾을 자식과 며느리, 사위 등을 맞을 일이 갑갑하기만 하다. 청도읍에 사는 박모(66)씨는 “올 설은 자식도, 친척도 모두 안 보고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검경의 선처방침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구속된 운동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총선을 앞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도에서는 2004년말 3선인 김상순 군수가 국회의원에게 공천대가로 거액을 건넨 사실이 밝혀져 2005년 재선거가 치러졌고 이때 당선된 이원동 군수는 2006년 지방선거때도 당선됐으나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지난해 12월19일 재선거를 치렀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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